청와대가 조윤제 주미대사의 후임으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돼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문 특보가 일찌감치 단수후보로 낙점될 수 있었던 배경은 미국 학계는 물론 행정부와 정계에 걸친 폭넓은 인맥과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의 인연이었다고 한다.
6일 청와대와 여권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주미대사직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문 특보에 대한 인사검증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아들의 미국 국적 문제, 이슬람교 전력 등이 걸림돌이었으나, 주미대사직을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종교가 공직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오래 전 무교로 전환해 미국이 껄끄러워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청와대 판단이다.
오히려 문 특보가 중동전문가라는 점이 대사 발탁에 고려됐다고 한다. 그는 1976년부터 2년간 한국이슬람교 중앙연합회 국제담당 사무차장을 맡아 이슬람교 관련 서적을 13권가량 번역하는 등 이슬람 문화에 정통하다. 1970년대 초반 사병으로 입대해 중앙정보부 파견 근무를 하던 중 중동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사우디 왕가와도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미 공화당 측 후원으로 메릴랜드대 유학을 떠났는데, 이때 미 공화당을 연결해준 것이 사우디 왕가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우디 왕가와 밀착하며 미국의 대 중동 정책을 재설계하고 있어, 사우디 왕가와 네트워크가 대사 임무 수행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미국의 대 이란 대응 기조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과 협력해 이끌고 간다고 봐야 한다”며 “사우디 왕가와 네트워크는 주미대사로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1980년대 미국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미국 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을 맡는 등 미 학계와 정계 인사들과도 두루 인연을 맺고 있다. 또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이어진 햇볕정책을 설계하는 핵심 역할을 했고, 2000년과 2007년, 2017년 등 세 차례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참여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설계자였던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이 내세우는 북미 간 대화 촉진자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9월로 예측되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주미대사 역할을 맡기에 제격이라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진전시키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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