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훈 국정원장 움직였지만 안 풀린 남북 경색
알림

서훈 국정원장 움직였지만 안 풀린 남북 경색

입력
2019.08.13 15:48
0 0

4월 판문점서 ‘김영철 후임’ 北장금철과 상견례

소식통 “정상회담 가능한지 살펴보려 했을 것”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2ㆍ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직접 움직인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나 북한의 ‘대미 직거래’ 의지가 워낙 강해 결과적으로 서 원장의 노력은 무위에 그쳤다.

13일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서 원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넘겨받은 장금철 부장과 4월 중순쯤 판문점에서 만났다. 국정원도 “정보기관장의 동선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회동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하노이 노딜’에 따른 북한의 대남ㆍ대미 라인 재편 일환으로 장 부장이 새로 부임한 만큼, 상견례가 명목상 회동 취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 원장 입장에서 상견례가 회동 추진 목적의 전부는 아니었으리라는 게 소식통들 짐작이다. 한 소식통은 “한쪽 정보기관장이 새로 왔다고 남북이 만나거나 하는 관행이 있는 건 아니어서 다른 이유나 의제 없이 서 원장이 순전히 상견례 차원으로만 회동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직거래를 염두에 둔 듯한 4월 12일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내용을 통해 북한의 기조를 모르지는 않았을 터였기 때문에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타진하지는 않았겠지만 경색된 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수 있는 분위기인지 정도는 살펴보려 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5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 앉아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양측의 정보기관인 국정원과 통일전선부는 비공개 채널을 운용해 왔는데, 지난해 세 차례 남북 간에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이 채널의 역할 비중이 상당했다.

아울러 서 원장은 당시 회동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중단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노이 노딜 관련 북한 입장을 듣는 한편 이런 상황일수록 남북관계를 잘 풀어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접촉 뒤 북한은 5월 4일 러시아산 지대지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KN-23’)을 시작으로 이달 10일까지 7차례나 사정거리가 한반도로 국한되는 단거리 발사체를 쏴 올렸고, 최근까지 당국자 명의 담화 등을 통해 대남 비난을 지속하고 있으며,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도 거부 중인 상태다. 노골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ㆍ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 부장 부임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북한 매체들이 4월 10일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 결과 그가 ‘당 부장’에 새로 임명됐고 당 중앙위 위원에 ‘직접 보선’(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위원으로 선임)됐다고 보도하면서 통전부장 교체 정황이 알려졌는데 이후 같은 달 24일에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통전부장이 김영철에서 장금철로 교체됐다고 보고하면서 직함이 확인됐다. 남측에 거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장 부장은 6ㆍ30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당시 김 위원장을 수행하면서 대외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