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주년 광복절 경축사서 ‘평화경제 통일 청사진’ 제시
“남북, 한반도 운명 주도 땐 가능” 北 적극적인 화답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 한국, ‘원 코리아(One Korea)’를 광복 100주년 비전으로 제시했다.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포부와 함께다. 한반도 평화를 토대로 한 공동 번영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경제 6위’, ‘국민소득 7만~8만불’ 등 통일 한국의 미래상을 언급하며 북한의 화답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2032년 서울ㆍ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라며 ‘신(新)한반도 체제’를 천명한 올해 3ㆍ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통일 한국 구상은 물론 통일의 구체적인 목표 시점까지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지난해 광복절엔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말했었다.
경축사에선 남과 북이 손잡을 경우의 시너지 효과 등 통일의 당위성도 조목조목 짚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8,000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면서 “통일까지 할 경우 세계 경제 6위권에 오를 수 있고, 국민소득 7만~8만불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국방비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무형의 분단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가 겪고 있는 저성장, 저출산ㆍ고령화의 해답도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자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잘 살자는 것이다”라고도 힘주어 말했다.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자는 장기 비전도 제시됐다. 비핵화의 토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한다”며 “그 토대 위에서 평화경제를 시작하고 통일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남과 북이 손잡고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하려는 의지를 가진다면 가능한 일”이라며 북의 적극적인 화답도 촉구했다.
단기 과제로는 북미 실무협상 조기 개최 및 이에 따른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담판을 앞두고 진행되는 실무 협상이 ‘가장 중대한 고비’라고 진단한 뒤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화 국면을 이어가야 한다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신념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큰 성과”라고 말했다. 또 보수 진영의 안보 불안 내지 비판론에 대해선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운을 뗀 뒤,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로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을 향해선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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