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제공

지난달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안이 나온 이후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자본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택시업체와 손잡거나 개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면허를 사들이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자 카카오처럼 자금 여력을 가진 대기업이 빠르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승차공유이용자단체 등 소비자들은 국토부 개편안에 대한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국토부 개편안에 따르면 모빌리티 업체가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3가지 모델 중 하나를 따라야 한다. △플랫폼사업면허를 취득해 기여금을 납부하고 직접 여객 운송을 하거나 △택시 가맹사업 △택시 호출 중개 등 택시업체와 연결해 플랫폼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찌감치 가맹 택시 형태를 택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곳은 이미 호출 중개 앱 ‘카카오T’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 카카오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소재 진화택시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동대문구 소재 중일산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 모두 택시면허를 80~90개가량 보유하고 있는 중형 회사로, 대당 5,000만~6,500만원 정도로 인수가격이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두 회사를 인수하는 데 약 100억원가량이 든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에 정보기술(IT)을 접목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시범 적용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 중구 도로 위에 나란히 정차해 있는 타다와 택시. 홍윤기 인턴기자

이렇게 사들인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은 카카오의 ‘택시 프랜차이즈’ 사업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6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법인택시조합 관계자들을 상대로 현대차 스타렉스와 기아차 카니발에 인기 캐릭터 ‘라이언’을 그려 넣은 대형 택시를 소개했다. 직접 인수한 택시회사 외에도 가맹 업체들을 모아 최대 1,000대 규모의 브랜드 택시를 운용하려는 계획이다. 수수료는 10% 수준이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브랜드 택시 ‘웨이고블루’나 ‘마카롱택시’와 비슷한 시스템에 ‘타다’와 같은 승차거부 없는 대형택시 형태를 표방하고 있어 새로운 점은 없지만, 국민 캐릭터라고 불리는 카카오프렌즈의 막강한 지식재산권(IP)이 무기다. 월 실사용자(MAU) 1,000만에 달하는 ‘카카오T’ 앱도 강력한 지원군이다.

반면 카카오를 제외한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국토부 개편안에 대한 국회의 구체적인 논의를 기다리며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태다. 택시회사를 대뜸 인수하거나 가맹사업을 벌이기엔 자금력과 경쟁력이 부족한 데다 택시 중개 앱의 경우 이미 카카오T와 T맵이라는 양대 강자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본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타다조차 국토부의 ‘렌터카 영업 금지’ 언급에 불법과 합법의 사이에서 불안한 영업을 지속 중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들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열린 '타다 아웃, 택시규제 혁신! 전국순례투쟁'에서 택시표시등을 들어올린 채 타다 퇴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유일한 돌파구는 새로 생긴 플랫폼 사업인데, 아직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은 데다 기여금과 함께 대당 수천 만원에 달하는 택시 면허를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면에서 스타트업들의 부담이 크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사업이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을 때쯤엔 우버 등 해외 대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스타트업을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답답한 상황에 소비자들도 직접 행동에 나섰다. 3만8,0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승차공유이용자모임은 19일 성명서를 내고 “택시 면허 총량제로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국토부의) 방향은 진정한 공유 모델과 거리가 멀고, 시장의 유연성을 해쳐 혁신 성장이라는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며 “결국 소비자들의 이용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컨슈머워치 등 다른 소비자단체와 손잡고 청와대 청원 등으로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길래 승차공유이용자모임 대표는 “이번 국토부 개편안에 소비자인 국민의 목소리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승차공유 사업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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