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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불공정 사실이면 심각한 문제”… 여권 깊어진 조국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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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불공정 사실이면 심각한 문제”… 여권 깊어진 조국 딜레마

입력
2019.08.22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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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총력방어’ 민주당의 5대 고민]

젋은층 “기회 불평등” 공분 커져… 진보 성향 학부모들 민심 ‘흔들’

검찰 개혁 상징적 인물 지명철회 어려워… PK여론 등 지역 여론도 눈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놓고 딸의 입시문제로 관심이 쏠리면서 여권이 ‘조국 리스크’에 빠진 모습이다. 정면돌파를 택했지만 조 후보자를 ‘반드시 지켜야할 카드’로 단언하던 여당 내 일부 우려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딸의 장학금 논란에 이어 외고 재학 중 의학논문 제 1저자 등재 사실이 불거지자 ‘역린을 건드렸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사법 개혁의 상징인물’인 조 후보자를 지켜야 한다는 당위와 민심이반을 차단해야 하는 현실이 여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각종 의혹을 ‘사법개혁을 막기 위한 노림수’, ‘정쟁용 흠집 내기’로 규정했다. “결정적인 불법과 위법이 없다”는 태도를 이어가며 후보자를 적극 방어하고 있다. 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제1저자로 등재됐다고 해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니고, 입시 부정도 아니다”(송기헌 의원) “외국 유학을 가려는 대한민국 학생에게 교수가 전적으로 배려한 것, 자기소개서에 (논문 이야기가) 들어간 게 전부”(김종민 의원) 등의 방어논리가 쏟아졌다.

이런 공식대응과 달리 당 저변의 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분노한 여론과 동떨어진 ‘엄호 논리’만 펴다가는 조 후보자와 당이 위험에 함께 묶일 수 있다는 근심 탓이다. 무엇보다 조 후보자 자녀 교육을 둘러싼 논란이 △2030의 최대 화두인 ‘공정’ 이슈를 건드리는데다 △진보개혁 성향 학부모들의 민심 이반을 가져올 소재라는 점 △내로남불(이중잣대) 논란에 함께 얽히게 될 위험성 △정권 대표 인사로 분류되는 조 후보자의 상징성 △부산·경남(PK) 여론 등이 5대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역린은 ‘공정’ 이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을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공교롭게도 ‘공정’ 이슈에서 2030의 마음을 사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의 다른 논란은 ‘방어 가능하다’는 것이 당의 대체적 여론이었지만 장학금과 논문 논란을 보면서는 ‘큰일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남북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때 젊은 세대가 ‘공정’에 얼마나 예민했던가에 비춰보면 쉽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고 걱정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린으로 우리 국민들이 결코 양보하지 못하는 기회의 평등 문제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해명을 내놓는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결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시제도에 대해 누적된 학부모들의 공분이야말로 부담이다. ‘부모가 함께 뛰어야 성공하는 전형’으로 통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학생사회의 심리적 부담은 위험수위다. 그런데도 불확실성이 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엘리트 카르텔’이나 ‘지인 네트워크’가 동원된 정황을 감싸는데 급급한 것은 상당한 배신감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다. 한 민주당 의원은 “딸의 문제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위법은 아니더라도 전형적으로 스펙 만들기를 해준 것을 언제까지 감싸기로 일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수가 가족이나 지인의 자녀를 논문 저자로 끼워 넣는 것은 수시전형을 노린 전형적 수법으로, 교육부가 감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마디마다 재현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다시 떠오른 것도 무시못할 짐이다. ‘신상털기’, ‘마녀사냥’을 그만두라는 공세 역시, 그간의 여야 공수 위치만 바꿔 유사한 도덕성 검증을 이어온 인사청문의 역사를 고려하면 궁색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단순히 위법여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에서 드러내놓고 ‘지명철회’가 거론되지 않는 것은 “조 후보자의 사퇴는 곧 정권의 치명상”이란 공감대 때문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은 어떻게든 이번 사안을 추석 밥상머리 화두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 그럴 경우 우리 측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청와대 반응은 다르다. 이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가 하지 않은 일을 ‘했을 것이다, 했을 수 있다,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식의 의혹 제기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부족한 근거로 제기한 의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이 수집한 증거와 자료를 통해 철저히 검증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에 재차 ‘철통엄호’ 신호를 보낸 셈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조 후보자는 일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더 많이 질책해달라. 더 많이 꾸짖어달라”면서 “이번 과정을 성찰의 기회로 삼아 긍정적 사회 개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또 “제 딸이 문제의 논문 덕에 부정 입학했다는 것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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