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저자·유엔 인턴 ‘황금스펙’
서민 부모는 꿈도 못꿀 산을
헬기타고 가뿐히 넘어버린 셈
여기서 무너지면 文정부 레임덕
민주당은 ‘조국 지키기’에 사활
여론 반감 못달래면 총선 빨간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충돌이 진영 간 사활을 건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 후보자 딸의 입시 문제를 집 중 공략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까지 겨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를 ‘정쟁용 흠집내기’로 규정해 엄호태세를 강화했다. 사법개혁 완수를 명분으로 내건 조국 카드가 좌초할 경우 정권의 레임덕을 피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에 절대사수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느끼며 조 후보자의 결단을 언급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여의도 분위기를 체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조 후보자의 의혹 중에서 여론이 가장 분노하는 대목은 뭔가요.
꺼진불도 다시보자=‘최순실 정국’에서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에 분노했던 조 후보자였는데, 정작 조 후보자 딸도 그에 못지 않은 특혜를 누린 것으로 드러난 대목이죠. 게다가 당시 최씨 모녀를 비판하며 촛불을 들었던 민주당이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특혜에 대해선 “위법은 아니니까 괜찮다”며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니 국민 입장에선 볼썽 사나울 수밖에 없지요.
여의도 달팽이(달팽이)=역린(逆鱗·건드리면 큰 탈이 생기는 문제)은 입시죠. 분노의 방점은 조 후보자 딸과 가족이 ‘입시 레이스’에서 선보인 묘기에 있어요. 단순히 한국사회가 입시에 예민하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은 결과 예측이 어렵잖아요. 가족 등 다른 요소의 개입 가능성도 크고요. 아무리 좋은 의도로 도입됐다 해도, 그 자체로 차곡차곡 시민들에게 극한의 스트레스를 줬단 말이에요. 학생과 부모들은 안 그래도 넘어야 할 산이 울퉁불퉁한 험로라 피눈물 나고, 이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어 답답해 죽을 지경이거든요. 이 산을 넘지 않고는 행복할 방법이 없어 보이고. 그런데 옆에서 누가 연줄을 동원해 부른 고급 세단이나 헬기를 타고 가뿐히 넘어버린 거죠.
국회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조카이캐슬’(조국 일가+스카이캐슬)이라 불리는 ‘금수저판 호화 스펙’입니다. 상류층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한 발판인 ‘명문대-의학전문대학원’에 보내기 위해 고교생을 논문 제1저자로 만들고, 후보자의 뒷배가 의심되는 유엔 인턴 등 스펙을 만들어준 것이죠. 지금 그 스펙들이 하나하나 거짓과 과장으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부정입학이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죠.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던 조 후보자가 자기 자식만큼은 용이 돼야 한다며 불법은 아닐지라도 편법 수준으로 자식에게 부와 명예를 대물림하려 했다는 의혹에 시민들은 강하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불나방=여론의 비판이 뜨거운데도 여권이 ‘조국 지키기’에 사활을 건 이유는 뭔가요. 사법개혁은 조 후보자만이 할 수 있나요.
올해는 뚜벅이(뚜벅이)=문 대통령 의지라고 봐야 할 겁니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요직에 쓰고야 마는 대통령의 용인술이 작용한 거죠. 왜 조국이냐는 질문에 한 청와대 참모는 참여정부 시절 끝내 성공하지 못했던 검찰개혁에 대한 회한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대통령이 믿고 자신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은 현재로선 조국뿐이란 신념이 강하다는 얘기죠.
달팽이=청와대가 계속 엄호 신호를 보냈죠. 정권의 상징적 인물이란 인식이 강한 거죠. 사법개혁을 믿고 맡길 다른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거고요. 이건 환상이거나, 게으른 착각 아닌가 싶어요. 과연 시민들이 ‘조국이 곧 이 정권이며, 문재인 대통령이며, 사법개혁 그 자체다’라고 생각할까요. 물론 야당은 그런 정치공세를 펴겠죠. 아주 집요하게요. 하지만 국민들이 그런 판단력도 없을까요. 지금 조 후보자에 대한 분노가 그대로 야당 지지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청와대와 여당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두 문제를 분리해 생각하고도 남죠. 우리 국민들이 촛불혁명을 비롯해, 그간 어떤 일을 해냈던 시민들인데요.
불나방=그럼 청와대는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뚜벅이=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우려를 표명하는 민주당 분위기와 달리 청와대는 최대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청문회를 열어 검증하자’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죠.
마음은 콩밭에=청와대도 부담을 느끼는 눈치입니다. 김조원 민정수석 임명 후 조 후보자를 내정하기 전까지 2주의 시간밖엔 없었다는 점에선 ‘셀프검증’ ‘부실검증’ 논란을 피해갈 수 없죠. 집중적으로 의혹이 나온 딸의 논문과 사모펀드 투자에 대해 청와대가 사전에 파악을 하고 있었냐는 질의에 청와대는 ‘알지 못한다’는 식의 답변만 반복하고 있어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진실이 가려져 있다” “부풀려졌다”고 말하면서도 말입니다.
파랑은 동색=조국이 주는 상징성이 너무 커 지금까지 나타난 의혹들이 팩트인지 확인하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딸의 논문 제1저자 등록이나 장학금 수령에 조 후보자가 직접 관여했는지, 아니면 당사자들이 향후 ‘선물’을 기대하거나 모종의 ‘선의’로 알아서 조치를 취했는지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한편으론 열린우리당 때의 ‘내부 총질’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자성론도 있어요. 당시 열린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강하게 대립하며 레임덕을 부추겼죠. “조국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문제”(박광온) “내부균열이 생기면 망한다”(이철희)는 강경 목소리에 의원들이 공감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죠.
E구역=사법개혁의 완성은 국회 몫이죠. 법무부 장관은 입법 방향이 합리적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 쪽 의견을 내면서 야당 협조를 요청해야 하기에 때로는 저자세로 숙여야 하는 자리입니다. 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안경환 서울대 교수가 내정됐을 때도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청와대는 밝혔죠. 아이러니한 것은 조 후보자가 이 분을 인사검증했지만 불미스러운 과거사로 낙마했다는 것이지요.
불나방=한국당이 이번에 야당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당내 분위기가 좋나요.
E구역=처음에 한국당은 대체로 의지가 별로 없었어요. “어차피 대통령 최측근인 조국은 임명 강행될 게 100%”라는 인식 때문이었죠. 총선을 앞두고 청문회에 신경 파느니 자기 지역구를 더 챙기는 게 실익이란 인식도 더러 있었죠. 야당의 사명감으로 검증에 적극적인 의원실은 애초 극소수에 불과했어요. 그러다 여러 기자들과 극소수 의원실이 협력해 하나 둘씩 단독보도가 터지고,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자 강력하게 파고들고 있죠.
불나방=조 후보자 거취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보나요.
정론관 마이크=총선까진 반년이 넘게 남은 만큼 예단하기엔 이른 듯해요. 다만 이번 논란으로 촉발된 민심 이반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죠. 조국 딸 문제로 청년ㆍ학부모 세대의 반감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들은 2030, 4050세대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 핵심지지층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들이 여권에 실망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경우 민주당으로선 치명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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