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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화장품업계 '덩치 키웠지만 배고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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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화장품업계 '덩치 키웠지만 배고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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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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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뛰었지만 성과는 예전만 못했다. 올 상반기 화장품 기업들의 동향이 대체로 그랬다. 매출 외형을 키우기는 했으나 이익 효율은 떨어졌다는 얘기다. 화장품 관련 기업 74개사의 2019년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74개사에는 화장품 판매 외 OEM·ODM, 원료·용기·포장재 공급 등 화장품 전·후방산업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업종이 주력이지만 일부 화장품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도 포함했다.

74개사의 상반기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13조4,48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합산액인 12조7,246억원에 비해 5.7% 증가한 수치다. 국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 경기가 위축되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이면서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제하고 나니 남은 게 많지 않았다. 73개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총액은 1조2,97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조4,278억원에 비해 9.1% 줄었다. 순이익은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순이익 합산액이 1조1,011억원이었는데 올해는 9,128억원에 그쳐 17.1%나 감소한 것이다.

매출이 늘었는데도 이익이 줄자 이익률 악화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74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8년 상반기 11.2%였으나 올 상반기 들어 9.7%로 떨어졌다. 평균 순이익률은 8.7%에서 6.8%로 내려앉았다. 각각 1.5%p와 1.9%p 하락한 수치다.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했으며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투자와 지출을 아끼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매출 양극화는 현재 진행형

집계에 포함한 74개사가 고루 매출이 상승한 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올 상반기 매출 실적이 향상된 기업은 38개사로 겨우 과반을 넘겼다.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매출액이 오히려 감소했다.

그래도 전체 매출이 상승한 까닭은 대체로 매출 상위권에 있는 기업들이 외형을 더 키웠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의 매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올 상반기에도 여전히 진행된 것이다.

상위사 몸집 불리기의 대표적 사례는 LG생활건강이다. 올 상반기 전년 동기에 비해 11.3% 증가한 3조7,073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74개사 매출 합산액의 1/4이 넘는다. 큰 덩치에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이 가능했던 건 럭셔리 브랜드들 덕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고가 화장품의 수요가 늘면서 '후' '숨' '오휘' 등의 브랜드들이 고속 성장한 것이다.

한국콜마, 신세계인터내셔널, 코스맥스 등 연 매출이 조 단위가 넘는 중견 기업들도 만만치 않은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한국콜마는 올 상반기에만 7,904억원의 매출을 달성,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31.2%에 달했다.

가장 큰 폭으로 매출이 뛰어오른 곳은 화장품 OEM·ODM 및 용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코디다.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에 아랑곳없이 올 상반기 24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 326.8%를 기록했다.

마이크로 니들 패치로 잘 알려진 라파스 또한 282.0%라는 놀라운 매출 성장률을 달성했다. 피부미용 의료기기가 주력인 클래시스와 지티지웰니스도 매출 호조를 보였다. 두 기업의 매출 성장률은 각각 77.4%와 63.9%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외에도 씨티케이코스메틱스, 코스메카코리아, 잉글우드랩, 아이큐어, 코스온 등 화장품 OEM·ODM 기업들이 매출 부문에서 대체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 의존도 높은 기업 '찬바람'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올 상반기 매출이 부진한 기업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다. 아모레G의 2019년 상반기 매출액은 2018년 상반기보다 0.2% 감소한 3조2,113억원이다.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소폭이나마 상승했지만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로드숍 기반 계열사들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더샘을 운영하는 한국화장품을 비롯해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로드숍 주력 기업들 대부분이 작년보다 못한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타격이 가장 컸던 곳은 중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었다. 제이준코스메틱, 글로본, 에프앤리퍼블릭, 리더스코스메틱, 에스디생명공학 등 마스크팩으로 중국 신화를 써가던 곳들의 매출이 심하게는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스크팩의 판매 부진은 곧 마스크팩을 주로 생산하는 OEM·ODM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지디케이화장품과 진코스텍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35.6%와 18.7% 감소한 것이다.

애경산업과 잇츠한불은 마스크팩 주력은 아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매출 하락을 면치 못했다.

치열한 경쟁에 박해진 이익

영업이익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6,236억원의 LG생활건강이었다. LG생건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13.2%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29.7%나 줄었지만 3,153억원으로 역시 다른 기업들을 압도했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 합산액은 74개사 총 영업이익의 70%가 넘는다.

크든 작든 영업'이익'을 달성한 기업은 전체의 64%에 해당하는 47곳이었다. 에이블씨엔씨, 클리오, 제로투세븐, 브레인콘텐츠 등 11개사는 지난해 상반기의 '손실'을 '이익'으로 반전시켰다.

흑자전환 기업을 제외하고 영업이익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곳은 코스메랩이었다. 전년 상반기 4,826만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이 올 상반기 2억2,852만원으로 늘어 상승률이 373.5%다.

화장품 용기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연우도 35억원 남짓이던 영업이익이 120억원을 넘겨 상승률이 245.0%에 달했다.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한 클래시스와 지티지웰니스는 영업이익도 2배 넘게 느는 기쁨을 맛봤다.

MP한강, 아우딘퓨쳐스, 에스디생명공학 등은 흑자는 유지했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 이상씩 줄었다.

27개사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애부, 넥스트BT, 오상자이엘 등 11개사는 전년 상반기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적자 전환했다. 메디포스트, 아이큐어,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16개사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올 상반기에도 적자 상태다.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제이준코스메틱이다.

10에 4은 결국 적자

순이익 부문 또한 영업이익과 구도가 비슷했다. 순'이익'을 달성한 곳은 45개사, 순'손실'을 본 곳은 29개사였다. LG생건과 아모레G이 유이한 천억원대 순이익을 올린 기업으로서 이들이 74개사 총 순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도 같다. 다만 LG생건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9% 늘었고 아모레G은 30.6% 줄었다는 점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상위 두 기업을 제외하고 순이익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세포치료제 사업과 화장품 원료 및 화장품 판매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차바이오텍이었다. 차바이오텍은 올 상반기 순이익은 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1% 늘었다. 그러나 이는 기타수익이 대폭 증가한 결과로, 영업적 성과와는 무관했다.

이밖에 포장재 기업인 동원시스템즈를 비롯해 각각 화장품과 건강식품 OEM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콜마와 한국콜마홀딩스, 원료 전문 미원상사, 코스맥스, 애경산업, 메디톡스 등이 백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기업은 유아용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기반으로 하는 보령메디앙스다. 지난해 상반기 24억원 수준이었던 순이익이 올 상반기에는 192억원으로 700%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이 또한 기타수익이 크게 는 덕분으로, 영업 성과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밖에 코스메랩, 씨티케이코스메틱스, 클래시스, 연우 등이 순이익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에이씨티, CSA코스믹, 제닉 등 14개 기업은 이번 상반기와 지난해 상반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고 코스온, 알바이오, 바이오솔루션 등 15개 기업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돼 아쉬움을 남겼다. 지티지웰니스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기록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생상품 거래 손실로 인해 순이익이 순손실로 반전했다.

김도현 뷰티한국 기자 kbeauty7243@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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