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20회 서울퀴어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차별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성애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없다.”

미국 하버드대와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30일자에 “동성애와 관련한 5개의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지만 이들이 동성애에 미치는 영향은 1%에도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영국 바이오뱅크에 수록된 40만8,995명, 미국 유전자분석업체 23andMe가 갖고 있는 6만8,527명의 유전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총 47만7,522명의 유전체(유전자 전체)를 비교ㆍ분석한 것으로, 동성애 관련 연구로는 최대 규모다.

이들은 남성과 여성에게서 공통적으로 2개, 남성에게서만 2개, 여성에게서만 1개의 유전자 변이를 찾았다. 남성의 경우 냄새를 맡는데 관여하는 OR5A1 유전자와 TCF12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견됐다. TCF12는 탈모와 관련돼 있으며, 포유류의 성을 결정하는 SRY 유전자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 연구진은 “성 호르몬 조절과 동성애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다. 후각 역시 생식활동과 관련이 있다. 콜만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콜만증후군은 생식세포를 생산하는 시상하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성호르몬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해 성적 발달이 지연되고, 후각 장애를 일으키는 희귀성 유전질환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다유전자점수(PS)가 1% 이하로, 매우 낮게 나왔다”며 “유전적 변이가 누군가의 성적지향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PS는 어떤 특성에 여러 유전자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계산하는 분석법이다. 이들은 이어 “동성애를 결정하는 단일 유전자는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며 “동성애 등 사람의 성향은 부분적으로만 유전되며, 환경이나 삶의 경험에 의해 주로 형성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동성애 발생에 대해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30여 년 전만 해도 유전자 결정론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졌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1991년 16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일란성 쌍둥이일 경우 두 명 모두 동성애자일 확률이 52%, 이란성 쌍둥이는 22%라고 밝혔다. 유전자를 더 많이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두 명 모두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높게 나온 만큼 동성애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을 거란 얘기였다.

199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보다 직접적이었다. 딘 해머 미국국립보건원(NIH) 박사는 이 연구에서 “X염색체에 있는 ‘Xq28’이 동성애 유전자”라고 주장했다. 해머 박사는 114명의 남성 동성애자 집안을 조사한 결과, 모계 쪽에 상당수의 남성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성애 유전자가 있다면 모계에서 유전되는 X염색체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남성 동성애자 형제가 있는 40가구의 X염색체를 조사했다. 상당수가 X염색체의 Xq28 영역에 유전자 변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동성애가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99%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와 정반대 결론을 내놓고 있다. 당장 해머 박사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2005년 국제학술지 ‘휴먼 제네틱스’에 “Xq28이 동성애와 크게 상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두 명 이상의 남성 동성애자가 있는 146가구에 속한 456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다. 47만여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이번 논문에서 제1저자로 참여한 안드레아 가나 MGH 연구원은 “과거의 연구들은 동성애자 남성과 형제, 동성애자가 속한 가구 등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돼 유전자가 동성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동성애에 대한 유전적 영향은 매우 적다”고 강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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