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디 파이퍼, 키 120센티미터, 반년 동안 일함, 사우스캐롤라이나 랭커스터 방적공장에서 일하는 많은 아이 중 한 명.”
1908년부터 미국 아동노동위원회 소속 사진가로 활동했던 루이스 하인의 사진에는 이와 같은 정확한 사진 캡션이 첨부돼 있다. 그가 펜실베니아의 석탄 공장, 미시시피의 통조림 공장, 버팔로의 강낭콩 공장에 잠입해 일하며 찍은 소년소녀들의 모습은 이후 미국의 아동노동법 개정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동시대의 가장 첨예한 이슈를 반영하는 사진과, 이 사진에 덧붙여진 캡션은 역사를 바꾼다.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은 경향신문의 사진기자로 일하며 동명의 사진칼럼을 연재했던 저자가 역사를 바꾼 사진들에 단 주석 모음집이다. 미국의 대공황, 아우슈비츠 수용소부터 김주열과 이한열, 인스타그램 사진까지.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진을 저자의 정확한 캡션과 함께 읽어나가다 보면, 한 장의 사진에 감춰진 부분을 포착하는 작업은 세계의 여러 징후를 온전히 읽어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김창길 지음
들녘 발행ㆍ398쪽ㆍ2만 2,000원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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