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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도 지나갔는데 올 가을 안심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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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도 지나갔는데 올 가을 안심해도 될까?

입력
2019.09.13 14:00
수정
2019.09.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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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호 태풍 '링링'이 북상하면서 태풍 특보가 내려진 7일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해변을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13호 태풍 '링링'이 북상하면서 태풍 특보가 내려진 7일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해변을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인근에서 소멸한 제13호 태풍 ‘링링’은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바람을 몰고 와 우리나라에 적잖은 피해를 남겼다. 일본 수도권을 강타한 15호 태풍 ‘파사이’ 이후 다행히 한반도 남쪽 바다는 잠잠한 분위기다. 이달 2일부터 발생한 ‘링링’부터 5일 괌 북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파사이’까지 나흘 만에 3개의 태풍이 잇달아 불어 닥쳤으나 이후 현재까지는 태풍 소식이 없다.

 ◇태풍은 여름에만 발생한다? 

흔히 태풍이 여름에 주로 발생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1년 내내 발생한다. 올해 첫 태풍 ‘파북’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 발생했고, 제2호 태풍 ‘우딥’은 2월 20일 발생했다. 이처럼 겨울이나 봄철에 태풍이 생기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1월~5월에도 가끔 태풍이 만들어진다. 다만 이때 발생한 태풍은 수온이 낮은 중위도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대부분 저위도 지역에서 소멸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있는 중위도까지 영향을 주는 태풍은 주로 바다 온도가 따뜻해지는 여름철에 가장 활발하게 발생한다. 올해도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10개의 태풍이 발생해 제5호 ‘다나스’, 제8호 ‘프란시스코’ 등이 한반도에 영향을 줬다.

한반도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 찾아오는 시기는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이다. 태풍이 발생하는 대만, 필리핀 인근 바다의 온도가 연중 가장 높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1959년부터 역대 재산피해가 가장 컸던 5개의 태풍 가운데 4개가 이 기간에 발생했다.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될 만한 ‘루사’도 2002년 8월 23일 발생해 9월 1일 소멸할 때까지 우리나라에 5조원이 넘는 엄청난 재산피해를 남겼다. 이듬해인 2003년 4조원의 재산 피해를 남겨 역대 2위에 오른 태풍 ‘매미’도 9월 12, 13일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1999년 8월 초 우리나라를 할퀸 ‘올가’를 제외하면 2012년 연이어 발생해 한반도를 강타한 ‘볼라벤’과 ‘덴빈’은 8월 말, 1995년 ‘재니스’도 8월 말 우리나라를 지나가며 큰 피해를 남겼다.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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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태풍’ 왜 점점 늘어날까 

이 시기에 발생한 태풍이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만이나 필리핀 인근 바다가 따뜻하게 데워져 태풍이 발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태풍은 주로 27도 이상의 바다에서 발달하는데 현재 대만 인근 바다의 수온은 28~29도에 달한다. 높은 온도의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수증기가 많을수록 태풍의 위력은 더욱 강해진다.

그렇다면 대만, 필리핀 인근 바다의 수온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9월 중ㆍ하순이나 10월은 어떨까. 기상청에 따르면 1959년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준 ‘10월 태풍’은 8개였는데 이 가운데 2013년 이후에만 4개가 집중됐다. 특히 2016년 영남 지역을 물바다로 만든 태풍 ‘차바’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56.5m에 이를 만큼 10월 태풍으로는 이례적으로 강력했다. 10월까지는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 수온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에 따르면 차바가 우리나라를 강타할 당시 동중국해 수온은 평년보다 3도 높았다. 높은 수온의 바다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수증기를 잔뜩 공급 받으며 차바의 세력이 급격하게 커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초에는 ‘콩레이’가 남부 지방을 관통하며 지나갔다. 당시에도 한반도 주변 바다의 온도가 태풍의 북상을 막을 만큼 낮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북극의 급격한 온도 상승으로 인해 태풍의 천적인 제트기류가 약화한 것도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반도 ‘슈퍼태풍’ 안전지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강력 태풍인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덮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슈퍼태풍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의 정의로 1분 평균 최대풍속이 초속 67m(시속 241㎞)이상인 태풍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 중 순간풍속이 가장 빨랐던 건 ‘매미’로 2003년 9월 12일 제주도에서 초속 60m를 기록했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물에 잠기게 한 카트리나가 대표적인 슈퍼태풍인데, 카트리나가 상륙할 당시 최대풍속은 초속 78m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슈퍼태풍이 영향을 준 적은 없고 ‘매미’가 북위 27도까지 슈퍼태풍급을 유지한 뒤 올라온 적은 있다. 우리나라는 북위 33~43도에 있다.

문일주 제주도 태풍연구센터장은 “과거 한반도로 오던 태풍은 대만 부근에서 가장 강한 강도를 보이다가 북상하며 낮은 수온의 바다 때문에 급격히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이 높아진 데다 상공의 제트기류까지 약해져 더욱 강한 태풍이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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