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114)]황홀함 vs 불쾌함…요르단의 충격적인 맨 얼굴 
페트라의 메인 트레일에서 종착역이 되는 아드데이르. 압도되는 풍경이다.

여행하기 전까지 절대 모르는 것이 그 나라의 속사정이라지만, 요르단은 좀 뜻밖이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을 기점으로 북에서 남으로 종단했다. 요르단에 가기 전 부디 염두에 두기 바라는 여행자 전 상서.

 *참고로 현지에선 요르단을 모두 ‘조르단’이라 발음한다. 
해발 마이너스 400m에 위치한 사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수중 부양하는 특권이 부여된다.

여행 ‘전’과 ‘후’ 사이에는 천문학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여행을 꿈꾸며 접하는 사진이 아름답게 화장한 상태라면, 직접 여행하는 과정은 화장기를 쏙 뺀 그 나라의 맨 얼굴과 마주하는 일이다. 피할 수도 감출 수도 없는 지독한 ‘쌩얼’인 것이다. 이동하는 과정과 특유의 냄새, 현지인과의 교감, 360도 전반의 풍경과 이 모든 요소가 뒤섞인 알고리즘은 3D 미디어로도 담을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요르단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tvN 드라마 ‘미생’은 좁고 긴 수크(souq, 시장)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추격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쳐가는 풍경이 매력적이긴 했지만 요르단 여행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요르단은 ‘새로운 세계 7대 불가사의(스위스 New7Wonders Foundation 기준)’인 페트라와 고대 유적 알카즈네가 전부였다. 여행을 ‘마친 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TV를 앞에 둔 소파에선 결코 알 수 없는 게 바로 요르단이라고.

 ①물가가 비싸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요르단 여행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높은 물가에 ‘후덜덜’하게 된다는 정보를 여러 블로그를 통해 접하게 된다. 연관 검색어 중 하나일 정도다. 요르단의 생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1인당 GDP는 약 4,130달러(2017년)로 세계 93위 수준이다. 3만 달러 언저리인 한국보다 한참 아래다. 따라서 물가가 저렴할 거라 짐작하는 게 퍽이나 자연스럽다. 그런데 일반 상점에서 1.5리터 물 한 병이 0.5~0.7디나르(JOD, 약 900원), 복숭아나 청포도 등 과일이 kg당 1~2디나르(약 1,800~3,600원)면 비싼 건가? 잘 모르겠다.

정신 없이 물건을 담은 뒤 스스로 정산하려는 행위는 그야말로 도전. 아랍어만이 반긴다.
과일이 매우 달고 저렴한 편. 오른편의 납작 복숭아는 허기와 갈증을 달래는 데 최상이다.
비자 및 페트라 2일권과 예수 세례지 입장권이 포함된 ‘조르단 패스’. 모바일 티켓을 사진으로 저장해 사용할 수 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선 잘 정리된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다.
물가가 비싸다는 정보에 지레 겁 먹고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 20디나르(3만6,000원)의 숙소는 모든 게 갖춰져 있으나 모든 게 잘 작동하지 않았다.

여행자가 느끼는 요르단의 물가 수준은 절대적 수치보다 피부에 와 닿는 두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바로 입장권 가격과 서비스(시설)의 품질이다. 일단, 요르단 여행은 꽤 불편한 가격의 입장권으로 시작된다. 단독 비자 가격은 40디나르(7만2,000원), 비자를 비롯해 모든 여행자가 찾는 페트라 및 기타 관광지 입장권을 포함한 ‘조르단 패스’ 가격은 70디나르(12만6,000원)다. 크게 한 방 먹이고 시작한다. 다음으론 가격에 비해 품질이 한참 떨어지는 여행 인프라다. 체감 물가가 비싸다는 말이다. 2인 기준 저렴한 숙소 가격은 보통 15~25디나르(2만7,000~4만5,000원)다. 호스텔이 드물어 솔로보다 동반 여행일수록 유리하다. 간혹 TV와 에어컨, 냉장고까지 구비해 황송할 법도 하지만, 추억의 ‘금성(구 LG)’ 브랜드를 만날 확률이 높다. 욕실도 정비할 필요성이 강하게 보인다. 와이파이는 꿈에서나 만나자. 쿠바만큼 심각하진 않지만(‘쿠바 여행자를 위한 서바이벌 7계명 참고) 내국인과 외국인용 금액이 따로 책정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방값이 저렴하고, 바코드를 찍지 않는 상점에선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다행히 크게 겁먹을 수준은 아니다.

 ②요르단이 평지라고? 흡사 스무고개 
‘조르단 패스’를 구입하면 함께 제공되는 지도. 여행자 접근 지역은 칠레처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다.
요르단의 사막 마을 풍경.
암벽 위에 지어진 것은 고대 도시 페트라만이 아니다. 요르단에선 현재 진행형이다.
외국인에게 인색한 요르단에서 왠지 입장료를 지불해야 할 것 같은 사해 풍경. 물론 공짜다.
사막 같은 그곳에도 올리브 나무는 팝콘처럼 터진다.
붉은 산악지형 사이로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진다.

렌터카로 요르단의 남북을 횡단했다. 지도상 시리아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마주하며 펼쳐져 있지만, 주요 여행지는 서쪽 이스라엘 국경에 칠레처럼 길게 분포돼 있다. 국토의 동쪽은 대부분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사막이다. 평평해 보이던 땅은 매일 산을 넘고 능선을 건너는 3D 모험이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아스팔트 도로에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이 고개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때론 무성한 올리브 나무 들판 속으로, 종종 암벽 사이로, 사해의 눈부신 해안을 끼고 기분 좋게 속력을 낸다. 환희에 찬 풍경이야말로 요르단을 여행할 이유를 정당하게 한다.

 ③파리, 파리, 모기로 둔갑한 파리 군단 

개인적인 비밀을 하나 말하자면, 나의 피는 매우 자비롭다. 아무도 모기 때문에 투정하지 않는 장소에서도 달콤한 제물이 된다. 요르단은 사막이어서 모기가 없을 줄 알았다. 사실도 그랬다. 모기의 습격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모기 뺨치는 밀레니엄 곤충이 있었으니, 바로 쇠파리다. 흔한 집파리인 줄 알았는데 피부를 꽉 문다. 심지어 팔을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을 성가시게 하려고 특수 훈련된 모기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파리가 많은 요인은 쓰레기와 가축 분뇨 때문이다. 요르단 거리 어디든 쓰레기가 넘친다. 비닐봉지와 일회용 컵, 페트병…. 길바닥이 쓰레기통이다. 거리마다 쓰레기통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데 상황이 이러하니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아무리 쓰레기통에 정확히 골인시키는 것보다 길거리에 버리는 게 쉽다고 해도, 보기 흉하고 위생에도 좋지 않은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텐데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요르단의 주요 운송수단인 당나귀와 낙타에겐 세상이 화장실이기에 파리가 자주 꼬인다. 페트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광객이 주로 이동하는 메인 통로 외엔 눈을 감은 양심이 활보하고, 파리를 피해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게 참 힘겹다. 진심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④페트라, 1일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요르단 여행의 하이라이트 페트라는 해발 950m의 바위산에 숨은 고대 도시다. 당일 입장권보다 앞서 말한 조르단 패스를 미리 사는 게 이득이다. 조르단 패스는 페트라의 입장 일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1일 입장권은 70디나르(12만6,000원), 하루 연장(3일 제한)할 때마다 5디나르(9,000원)가 추가된다. 환불이나 변경 자체가 불가해 고민에 빠질 법한데 최소 2일권을 추천한다. 사실 페트라를 모두 훑을 요량이면 일주일은 작정해야 한다.

트레일의 방향, 시간에 따라 페트라는 다른 자세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아드데이르를 향해 고민 없이 오르게 되지만, 곧 되돌아가기도 계속 가기도 고된 트레일임을 깨닫는다.
평지의 레스토랑에서 이 아드데이르까지 거리는 2.5km. 이곳 넘어 이어지는 트레일을 살짝만 돌아도 2~3시간은 족히 걸린다.
 ⑤여기는 담배 무방 지대, 흡연자의 천국이다 

쓰레기가 많다는 것과 더불어 거리에 눈에 띄는 것이 담배꽁초다. 어디서든 흡연자가 출몰한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식당에서도, 3성급 이하 호텔에서도 담배 냄새가 방향제 격이다. 실내 금연 표시 아래에도 현지인은 당당히 담배를 뻑뻑 피웠다. 심지어 매표소 안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모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간 느보산(Mount Nebo)에선 충격에 빠졌다. 담배를 입에 물고 거스름돈을 내준다. 누운 채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을 만났을 때보다 더 큰 문화 충격이었다. 비흡연자는 물론이고 흡연자도 불쾌해 할 수준이다. 요르단을 ‘쓰레기의 나라’로 만드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느보산은 기독교 성지다. 놋으로 된 뱀 기념물 뒤로 광야가 펼쳐진다.
느보산 내 모세 기념관. 흡연 금지 표시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다음 편은 페트라 여행기로 이어집니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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