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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피해 여성, 평생 정신질환 위험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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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피해 여성, 평생 정신질환 위험에 시달려

입력
2019.09.16 15:21
수정
2019.09.16 20: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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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이후 광장공포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홍진표 교수, 안지현 임상강사)은 18세 이상 국내 거주 여성 3,160명에게 대면조사를 실시, 이 중 한 번이라도 배우자 또는 연인 등으로부터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47명을 분석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가정 및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정신장애 유병률을 국가적 규모로 조사 보고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여성정신건강학보’(Archives of Women's Mental Health)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 결과 남성에게 물리적,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평생에 걸쳐 정신적 장애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컸다. 연구팀에 따르면 물리적 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 여러 정신질환 중 하나라도 발병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3.6배 높았고, 성폭력 피해 여성은 이 위험이 14.3배까지 치솟았다.

구체적으로 남성에게 물리적 폭력을 당한 여성은 광장공포증과 강박장애가 발병할 위험이 비(非)피해 여성에 비해 8배 높았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정도가 더 심각해, 비피해 여성에 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할 위험은 32.4배, 강박장애 발병 위험은 27.8배, 니코틴 의존증 발병 위험도 22.4배에 달했다.

물리적 폭력을 당한 여성이 광장공포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은 것은 인간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홍진표 교수는 “남성으로부터 물리적 충격을 받은 여성들은 남성뿐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가해할 수 있다고 여겨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며 “광장공포증이 심해지면 외출을 하지 못하는 등 사회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안지현 임상강사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머릿속에 성폭력을 당한 상황이 계속 떠올라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에 놓인다”며 “심할 경우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니코틴, 알코올 등 물질중독에 빠질 위험도 크다. 홍 교수는 “물리적 폭력,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니코틴 의존증, 알코올 남용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람을 통해 상처를 치유받지 못한 여성들이 보상심리로 물질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폭력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거나, 피해를 봤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병을 키우고 있는 여성들이 더 있을 수 있다”며 “폭력에 따른 마음의 상처는 평생에 걸쳐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배우자ㆍ연인으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 발병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

순위 물리적 폭력 성폭력
1 광장공포증(8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32.4배)
2 강박장애(8배) 강박장애(27.8배)
3 니코틴 의존증(6.5배) 니코틴 의존증(22.4배)
4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6.0배) 광장공포증(19.6배)
5 알코올 남용(4.9배) 불안장애(13.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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