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김윤호 대표 “소비자의 고민을 최대한 줄여주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많은 신생(스타트업) 기업들의 목표는 생존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등장하지만 그 중에 사업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받고 사업을 키울 수 있는 기업들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그래서 자금 여력이 없는 상당수 스타트업들은 종자돈 투자부터 시작해서 사업 단계와 규모에 따라 시리즈 A, B, C로 이어지는 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만큼 투자를 받지 않고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는 스타트업은 이미 성공 보증 수표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런 스타트업을 찾기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크리마(대표 김윤호, 민준기)는 단연 눈에 띄는 스타트업이다. 이 업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사업을 키워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그 비결을 김윤호(34) 대표를 만나 들어 봤다.

5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크리마는 크리마팩토리와 크리마랩 등 2개 조직으로 구성됐으며 김윤호 대표가 크리마팩토리를 맡고 있다. 이한호 기자

◇”반품 줄이고, 후기 올리고” 쇼핑몰 매출을 올리는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

2013년 지금의 사업을 시작한 크리마는 인터넷 쇼핑몰들이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크리마’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개발해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B2B) 전문 스타트업이다. 그렇다보니 표면에 드러나지 않아 의외로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업체가 개발한 제품 후기(리뷰) 전문 솔루션 ‘크리마 리뷰’(사진)는 무려 1,300개 쇼핑몰이 사용하고 있다. 스타일 난다, 난닝구 같은 소규모 소호몰부터 코오롱몰, 위즈위드, 배럴, 휠라, 탑텐, 아가방 등 대형 쇼핑몰까지 국내에 알려진 어지간한 쇼핑몰은 크리마가 개발한 리뷰를 사용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크리마 리뷰를 도입한 쇼핑몰들에서 매달 작성되는 후기만 200만건에 이른다.

크리마 리뷰가 쇼핑몰들 사이에 널리 퍼진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자가 사용하기 편했기 때문이다. 크리마 리뷰가 등장하기 전까지 기존 쇼핑몰의 리뷰 코너는 단순 게시판 형태로 운영됐다. 반면 이용자가 글을 올리려면 계정 접속(로그 인)을 한 뒤 구매 내역을 불러와 구매 제품을 일일이 찾아서 후기를 작성해야 했다. 김 대표는 “기존 리뷰 게시판은 후기를 올리려면 5,6번 이상 마우스를 눌러야 했다”며 “불편해서 이용자들이 후기를 올리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쇼핑몰에서 후기는 제품 구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김 대표는 “이용자가 직접 옷을 입어볼 수 없는 인터넷 쇼핑몰의 특성상 이용자들이 올리는 제품 구입 후기는 간접 경험이나 마찬가지여서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정보”라며 “후기 여부에 따라 제품 판매량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과거 일부 인터넷 쇼핑몰들은 직원들이 가짜 후기를 올리다가 적발돼 문제가 됐다.

이를 눈여겨본 크리마는 2013년 말에 제품 후기를 간편하게 올릴 수 있는 크리마 리뷰를 만들었다. 이용자가 제품을 구입한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구입한 제품이 나열되면서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본문 창이 나타난다. 본문을 작성한 뒤 ‘확인’ 버튼을 누르면 후기가 게재되고 바로 다음 제품의 후기를 쓸 수 있는 본문 창이 열린다. 그만큼 이용자들은 여러 번 선택 작업을 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후기를 올릴 수 있다. 사진도 간편하게 붙일 수 있어서 이후 ‘포토 후기’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덕분에 인터넷 쇼핑몰들도 편해졌다. 과거에는 아예 후기 전담자가 배치돼 후기를 올린 이용자가 구매자 본인이 맞는지, 제품 배송이 완료돼 입어보고 쓴 것인지, 후기 작성을 위한 각종 조건 등을 갖췄는지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해야 했다. 김 대표는 “직원 1명이 100개의 후기를 관리하는데 두어시간 걸렸다”며 “크리마 리뷰는 이 작업을 자동화해서 100개의 후기를 관리하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크리마 리뷰를 도입한 인터넷 쇼핑몰들은 후기가 급증하며 자연스럽게 판매도 늘어났다. 김 대표는 크리마 리뷰의 성공 이후 인터넷 쇼핑몰들이 안고 있는 또 다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했다. 바로 반품이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의류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반품율은 10~20%, 홈쇼핑은 50%에 이른다. 이용자들이 옷을 입어볼 수 없으니 무조건 주문한 뒤 맞지 않으면 반품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사업의 연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대표가 내놓은 두 번째 솔루션이 ‘크리마 핏’이다. 크리마 핏은 인공지능(AI)이 이용자 체형을 분석해 여기 맞는 의상 크기(사이즈)를 추천해 준다. 이를 위해 이용자는 키와 몸무게 등 체형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크리마 리뷰에도 후기를 올릴 때 체형 정보를 입력하는 기능이 들어 있다. 크리마 핏은 기계 학습을 통해 오차를 줄인 AI가 이용자 체형과 후기에 올라온 체형 정보, 제품에 명시된 실측 정보를 비교 분석해 최적의 사이즈를 추천해 준다. 김 대표는 “매달 올라오는 200만개의 크리마 리뷰 가운데 70%에 이용자 체형 정보가 들어 있다”며 “이들을 분석해 해당 제품은 키와 체중이 각각 몇 % 비율로 맞을 것이라는 정보를 준다”고 말했다.

더 편리한 것은 이용자의 과거 구입 제품과 비교 기능이다. 이용자가 비교하기 기능을 선택하면 예전에 샀던 제품보다 지금 사려는 제품이 허리 둘레는 얼마나 크고 작은 지, 다리 길이와 허벅지 둘레는 얼마나 크고 작은 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김 대표는 “굳이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이 수치를 통해 구입하려는 옷의 크기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마 핏은 단순 추천 뿐 아니라 이용자가 필요하면 원하는 사이즈 별로 의류를 정렬해 보여주는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키와 체중별로 선택 항목을 정해 놓으면 여기 맞는 제품들이 나열된다.

결과적으로 크리마 핏은 이용자와 쇼핑몰 모두를 만족시켰다. 이용자는 귀찮은 반품을 하지 않아서 좋고 같은 이유로 쇼핑몰은 반품율을 크게 줄였다. 김 대표는 “100여개 쇼핑몰이 크리마 핏을 사용 중”이라며 “이들의 반품율이 18% 줄었다”고 강조했다.

크리마 시리즈의 세 번째 제품은 ‘크리마 타겟’이다. 크리마 타겟은 장바구니에 구입 제품을 담아 놓고 사지 않거나 제품만 살펴보고 나가는 이용자를 잡기 위해 내놓은 솔루션이다. 크리마 타겟은 이용자가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제품과 살펴본 제품을 분석해서 유사한 제품과 할인 쿠폰 등을 함께 묶어 망설이는 이용자에게 이메일, 문자, 메신저 등으로 추천 안내문을 보낸다. 덕분에 크리마 타겟을 도입한 쇼핑몰들은 구매 전환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 크리마 측 설명이다.

구매 전환율이란 쇼핑몰 방문자의 실 구매율을 말한다. 김 대표는 “쇼핑몰의 구매 전환율이 1,2%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며 “방문자의 98%는 제품을 사지 않고 나간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구매 전환율을 끌어 올리면 쇼핑몰 매출이 올라간다. 김 대표는 “개인별 성향을 분석해 최적화된 제품을 추천하기 때문에 추천 메시지를 받은 이용자들의 구매 전환율이 3~5%까지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현재 크리마 타겟은 250~300개 쇼핑몰이 사용하고 있다.

◇”고객의 고민을 줄여라, 고민하는 순간 고객은 떠난다”

이처럼 크리마의 3가지 솔루션을 보면 이들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바로 고객의 고민을 줄이는 것이다. 3가지 솔루션은 모두 이용자들이 제품 구입시 망설이는 시간을 줄여준다. 김 대표는 “쇼핑몰 고객들은 고민하는 순간 떠난다”며 “제품 구입을 위한 고민을 최대한 줄여줘야 이용자들이 확신을 갖고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용자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 즉 데이터다. 어떤 이용자들이 어떤 제품을 무슨 이유로 구입했는지가 곧 쇼핑몰 운영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데이터가 사업의 연료인 셈이다. 이를 위해 수 많은 쇼핑몰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해야 한다. 김 대표는 “크리마 리뷰 등을 사용하는 1,300개 쇼핑몰의 거래액이 약 4조원”이라며 “3가지 제품군을 통해 4조원 규모에 해당하는 쇼핑몰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할 수 있는 것이 크리마의 최대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크리마는 3가지 솔루션을 통해 쇼핑몰 분야의 빅 데이터 분석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덕분에 크리마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한 번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직원들 월급을 주며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

김윤호 크리마 대표는 "고객은 확실한 정보가 없으면 망설이고, 망설이는 순간 떠나게 된다"며 "크리마의 목표는 고객이 확신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한 번 망한 사업이 약이 돼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이었던 2012년에 바나나팩토리라는 사명의 회사를 창업한 김 대표는 그의 표현을 빌리면 첫 사업이 “이름대로 간다고 사명처럼 미끄러져 쫄딱 망했다.” 당시 준비한 사업은 여러 쇼핑몰에 담아놓은 장바구니를 한 군데서 비교해 보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장바구니 비교 서비스였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되려면 각 쇼핑몰이 장바구니를 공유해줘야 하고 구매까지 연동해야 가능하다. 쇼핑몰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서 얻는 실익이 크지 않으니 참여할 이유가 없다. 김 대표는 “시장을 너무 몰랐고 기술에도 한계가 있었다”며 “시장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만 만든 꼴”이라고 토로했다.

대신 김 대표는 첫 번째 사업을 접으며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 쇼핑몰의 문제점과 고민을 알게 된 것이다. 아울러 전자상거래를 하려면 제대로 정제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때부터 쇼핑몰의 고민을 해결해주면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뛰어들었다. 즉 김 대표와 크리마의 사업 성공은 시장에 대한 고민과 철저한 분석의 산물이었다.

그런 점에서 첫 번째 사업 실패는 김 대표와 크리마에게 약이 됐다. 다행이 첫 번째 사업 시절 청년창업사관학교 2기에 선정되는 등 정부 지원을 잘 받은 덕분에 빚이 없었다. 운영비를 정부 지원금으로 모두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에 실패했지만 빚이 없었던 덕분에 후속 사업을 할 수 있었다”며 “만약 빚이 있었다면 또 도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디어만 보고 지원해 ‘눈 먼 투자’라는 비판을 받는 정부 지원 사업이 오히려 패자에게도 기회를 주는 실리콘밸리식 창업 격려가 된 셈이다.

두 번째 사업을 하며 사명을 바꾼 김 대표는 일하는 방식도 180도 바꿨다. 책상에 앉아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업체들을 찾아 다니며 영업을 하는 발로 뛰는 경영으로 전환했다. 그는 “2013년 말까지 자생하지 못하면 사업을 그만두기로 했다”며 “마지노선이 정해지자 간절하게 사업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대형 쇼핑몰들을 찾아 다니며 고민을 들었고 전자상거래에 대해 하나씩 배웠다. 필요하면 지방의 작은 쇼핑몰 업체를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업을 키우며 자신감이 붙은 그의 다음 목표는 해외 시장이다. 김 대표는 “내년 하반기에 해외에도 나갈 예정”이라며 “세계 규모의 큰 쇼핑몰 제작사들과 손잡고 여기에 크리마 솔루션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또 수 많은 쇼핑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쇼핑몰 운영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 플랫폼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민 대표가 맡고 있는 크리마 랩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크리마는 연구 개발 조직인 크리마랩, 경영 및 마케팅을 맡는 크리마 팩토리 등 2개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형태만 구분돼 있을 뿐 하나의 회사다.

독특한 것은 크리마랩 직원들이 지방과 해외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민 대표도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업무 협의 등 소통은 각종 업무 시스템으로 해결한다. 김 대표는 “여러 곳에 흩어져 업무를 보는 시스템은 회사가 안정된 뒤 도입했다”며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사업하면 안된다”고 웃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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