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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 국회 외면한 채 민심 대변한다며 삭발 택한 황교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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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 국회 외면한 채 민심 대변한다며 삭발 택한 황교안 대표

입력
2019.09.1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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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국 법무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국 법무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을 했다. 황 대표는 정치적 상징성을 의식해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뒤 자정까지 농성을 이어갔다. 조 장관을 퇴진시키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읽히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제1야당 대표가 장관 한 명의 진퇴를 두고 ‘삭발투쟁’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연휴 동안 확인한 현장 민심은 분노 그 자체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 장관 파면을 촉구한 뒤 삭발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한국당은 사무총장 명의로 소속 의원들에게 황 대표의 삭발식과 농성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주 정기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조 장관 퇴진을 위해 당력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추석 민심을 파악한 황 대표의 첫 행보가 삭발이라니, 그 안이한 현실 인식과 전략 부재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 장관 임명에 부정적인 의견이 상당하지만, 이런 흐름이 한국당으로 수렴되지 않는 것 또한 분명하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민심의 대부분이 부동층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일부 조사에서는 한국당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당이 대안ᆞ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로 여권의 이중성이 드러났지만, 구성원의 면면과 그간의 행태를 기억하는 국민들은 한국당이 더 정의롭고 더 공정하다고 여기진 않는다. 한국당은 불공정, 불평등, 특혜를 고리로 한 강력한 대여 투쟁으로 민심을 잡겠다지만 비전도, 전략도, 대안도 없는 행태에 싸늘한 반응만 돌아올 뿐이다.

한국당이 주력해야 할 것은 심각한 경제ㆍ민생을 살리고 사면초가에 빠진 외교를 복원하는 일이다. 과거 집권 경험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대안을 제시하고 자영업자ㆍ중소기업ㆍ청년층을 위한 민생입법을 주도해야 한다. 국회 활동을 강화한다고 해서 투쟁력 없는 야당이라고 손가락질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능력 있고 대범한 제1야당이야말로 중도층 민심을 잡는 첩경이고, 그토록 원하는 조 장관 사퇴를 끌어낼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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