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성 전염병이라 확산 속도는 구제역보다 덜하지만
바이러스 생존기간 짧아도 11일, 길면 1000일 달해
스페인ㆍ러시아 등 유럽국가들 멧돼지 통한 전염으로 골치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ASFV) 조건별 생존기간.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의 돼지농가에서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이 치명적인 가축질병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땅한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원인체인 바이러스가 최장 1,000일까지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이 매우 높지만 구제역과 같은 다른 초국경 동물전염병보다 전염성은 덜하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기도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감염된 돼지와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감염된 돼지의 고기 또는 비열처리된 가공식품을 돼지가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접촉성 전염병이기 때문이다. 접촉을 차단하면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접촉 차단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파주 발생농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198두가 경기 이천시와 김포시의 도축장으로 이달 9일과 16일 각각 반출돼 바이러스가 이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해당 가족농장(사육두수 1,000여두)에 대해 1차 예찰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고 도축장으로 팔려나간 비육돈은 땅에 묻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가 4~2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염을 완벽하게 차단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인체인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비교적 길다는 점도 확산 우려를 키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섭씨 70도 이상에서 최소 30분간 조리된 고기(바이러스 생존불가)를 제외하고 최소 11일(실온 배설물)에서 최장 1,000일(냉동 고기)에 이른다. 정부가 5월 31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전국 모든 양돈농장에 대한 정밀검사(혈액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지만, 이후 우리나라에 입국한 해외여행객들의 휴대 축산물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적이 있는 터라 바이러스의 외부 유입 및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7일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경로가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멧돼지일 경우 사정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돼지의 모든 조직과 침, 호흡기분비물, 오줌, 분변 등에 대량으로 존재한다. 감염돼 죽은 멧돼지의 혈액이나 조직 속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감염성을 유지하며 살아 있을 수도 있다. 이동 경로나 분포 지역 파악이 어려운 야생멧돼지가 매개체가 돼 바이러스를 삽시간에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1960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스페인의 경우 야생멧돼지를 통해 감염이 이어지면서 비발생국이 되기까지 35년이 걸렸고, 2007년에 처음 발생한 러시아도 방목사육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멧돼지와 접촉하면서 지금까지도 전염이 빈발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멧돼지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풍토병으로 전환돼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방역감시과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서 최초로 발생한 상황이라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 예상을 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야생멧돼지는 제어가 되지 않는 데다 위치 추적도 힘들어 가장 위험한 확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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