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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홍염 터뜨리고 흡연까지...안전불감 중국 프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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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홍염 터뜨리고 흡연까지...안전불감 중국 프로축구

입력
2019.09.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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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경기 시작 전 스타디움 앞 광장에서 홈 팀 응원단이 홍염을 사용하고 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경기 시작 전 스타디움 앞 광장에서 홈 팀 응원단이 홍염을 사용하고 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중국 프로축구 갑급리그(2부) 구이저우 헝펑과 쓰촨FC의 25라운드 경기가 열린 14일(현지시간)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센터 메인스타디움 앞 광장은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수많은 팬들이 몰려 발 디딜 틈 없었다. 2부 리그 경기였음에도 ‘축구 굴기’를 주창하는 중국 현지의 축구 인기를 실감케 했다.

지난해 슈퍼리그(CSLㆍ1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된 구이저우 헝펑은 이번 시즌 리그 1위를 달리며 상위 두 팀에게 주어지는 승격권 획득을 앞두고 있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수백 명의 홈 응원단은 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응원전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광장에 둥글게 원을 만들고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불렀다. 그런데 갑자기 응원단의 리더 격으로 보이는 이가 홍염 2개를 꺼내 불을 붙이고 원을 돌기 시작했다. 붉은 불꽃과 짙은 연기를 피워내는 홍염은 그 위험성 때문에 K리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해외리그에서 사용이 금지된 응원 도구다. 주변에 입장을 관리하는 보안 요원과 경찰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뿌연 연기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홍염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5만3,000석 규모의 스타디움에 들어서니, 1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북적였다.

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홈 팀 팬들이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구이양=이승엽 기자
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홈 팀 팬들이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구이양=이승엽 기자
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북쪽 스탠드가 홈팀 응원단으로 가득 찼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북쪽 스탠드가 홈팀 응원단으로 가득 찼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흥행에선 남부러울 것 없는 중국 축구리그지만 홍염에서 보듯 구단 운영이나 응원 문화에선 상식 밖의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장에선 공식 티켓 판매소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았지만 표를 구매할 수 있던 곳은 암표상인 줄만 알았던 한 천막이었다. 각 응원단이 자신들에게 배정된 50위안(약 8,400원)짜리 티켓을 40위안(약 6,700원)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천막이 5, 6개에 이르렀다.

식음료 판매와 머천다이징(구단상품) 수준도 민망할 정도였다.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려 해도 임시 판매소에서 파는 간단한 음료와 과자가 전부였다. 팬 스토어도 간판만 있을 뿐, 내려져 있는 셔터엔 거미줄이 가득했다.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노점상들이 파는 ‘짝퉁’ 유니폼이 살 수 있는 전부였다. 음료를 판매하던 한 직원은 “경기장에서 파는 건 이게 전부”라며 “팬 스토어는 원래 닫혀 있다. 공식 유니폼은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경기장 내 임시 판매소에서 식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경기장 내 임시 판매소에서 식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한 관중이 흡연을 하고 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14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갑급리그 구이저우 헝펑 대 쓰촨FC의 경기. 한 관중이 흡연을 하고 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관중석에서의 흡연도 일상이었다. 다수의 어린이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는데도 흡연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응원단간 충돌도 잦아서인지 구역마다 응급 요원들이 배치돼 있었고 경찰 2개 중대 병력이 상시 대기 중이었다. 경찰은 카메라로 응원단의 얼굴을 수시로 채증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성숙한 관람 문화로 일반 관중들의 외면을 받았던 K리그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경기력이다. 질이 좋지 않은 잔디 때문에 선수들은 수십 차례 미끄러지기 일쑤였고, 볼 컨트롤이나 킥도 부정확해 현지 팬들의 실소도 터져 나왔다. 후반전엔 2-1로 앞서던 쓰촨FC의 골키퍼가 그라운드에 누워 ‘침대축구’까지 보여줬다. 경기 종료를 무려 25분이나 남겨둔 상황이었다. 한숨을 쉬며 마지막 휘슬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관중들이 많았다. 돈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중국 축구의 민낯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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