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 “임상 근거 부족” 부작용도 우려
강아지용 구충제. 게티이미지뱅크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말기 암 환자와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먹어봐야 할까”라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암 전문가들은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과장된 이야기라고 경계했다.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쓰인다는 주장이 나온 건 이달 초부터다. 최근 한 외신은 수의사의 권유로 강아지 구충제를 먹고 말기 암이 나았다는 미국 남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일부 유튜버는 외신 보도와 함께 이 남성의 블로그 글, 관련 논문 등을 인용하며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전달했다. 이 남성은 블로그에 자신이 복용했던 강아지 구충제를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암 치료법을 간절히 찾는 말기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이 ‘강아지 구충제 암 치료’ 주장은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암 환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데, 구충제를 정말 먹어도 될지 모르겠다”, “지금 심정으로는 정말이었으면 좋겠지만 막상 시도하자니 무섭다”며 기대감과 불안감이 섞인 의견이 공유되고 있다.

구충제가 정말 사람의 암 치료에 효과가 있을까?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1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한 연구와 그 이전 단계인 환자증례 연구 및 환자군 연구 결과는 단 한 건도 발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는 “약이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려면 임상 시험까지 마쳐야 하는데, 언급된 강아지 구충제의 경우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와 동물 연구에 그쳤다. 이마저도 2012년도 동물 연구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등에는 강아지 구충제가 암세포 사멸을 초래한다는 연구 논문이 권위 있는 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렸다는 주장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논문은 ‘네이처’의 자매지 격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것이었고, 인체가 아니라 세포를 대상으로 한 기초적인 실험실 연구에 그쳤다.

명 교수는 강아지 구충제의 암 치료 주장에 대해 “임상 근거가 부족하고 사례만 나오는 상황”이라며 “타 항암제에 비해 구충제는 저렴하고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연구 대상으로 오를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진 암 환자가 유튜브만 믿고 구충제 섭취를 시도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명 교수는 “구충제를 다른 약과 함께 먹을 때 혹시 모를 부작용을 막기 위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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