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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한국당 삭발 릴레이 언제까지… ‘민머리 투톱’ 부담에 나경원은 안 나설 듯

입력
2019.09.21 1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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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이 함께 개최한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 촛불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이 함께 개최한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 촛불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삭발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제1야당 대표가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삭발을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를 만류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강행해 조 장관을 둘러싼 대치국면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 안팎의 삭발 동참 릴레이가 어디까지 갈지 관심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총선 공천 물갈이론이 급부상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번 주 변화무쌍했던 여의도 소식을 전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황 대표의 삭발투쟁을 당 주변에서 예상하고 있었나요. 누구의 조언을 듣고 강행한 건가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삭발은 당일 오전 황 대표가 스스로 전격 결정했다고 하죠. 단식은 그간 지도부 내에서 투쟁수단 중 하나로 거론돼왔던 것이긴 하지만, 감히 누가 대표에게 권하긴 쉽지 않았을 겁니다. 황 대표로서는 모처럼 찾아 온 대여공세 기회를 이대로 흘려 보내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삭발 전까지만 해도 의원들은 회의적이었어요. ‘하려면 임명 전에 했어야지, 지금 왜?’라는 반응이었죠. 하지만 삭발 후 오른 지지율만 봐도 황 대표의 승부수는 성공적이란 평가가 많습니다.

멋쟁이 토마토(토마토)=황 대표는 16일 오전 당 비공개 회의에서 삭발 결심을 알렸는데, 이 회의에 참석했던 의원들도 모두 놀랐다고 합니다. 닷새 전 박인숙 의원이 삭발하면서 삭발이 ‘반(反) 조국’ 투쟁 수단으로 거론돼 오긴 했지만 당 대표를 계획적으로 내세우거나 누군가 건의한 건 아니라는 뜻이죠. 제1야당 대표가 삭발에 임하는 ‘결연함’을 보여주기 위해선 다른 이의 제안이 아닌 스스로 결심해 삭발식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계산이 있었던 듯 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야권 투쟁 관련 움직임. 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야권 투쟁 관련 움직임. 박구원 기자

불나방=기득권·웰빙 정당 이미지가 강한 한국당에서 삭발행렬이 이어지는 게 좀 생소한데요. 여성인 이언주(무소속), 박인숙 의원의 삭발도 인상적이었죠. 이러다 총선 선거포스터에 삭발사진이 등장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토마토=황 대표 삭발 이튿날 아침만 해도 후발주자로 누가 나설지 눈치 보는 분위기였는데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나섰죠. 이를 심재철(5선) 의원, 이주영(5선) 국회부의장 등 중진들이 이어가면서 19일까지 17명이 릴레이 삭발을 했습니다. 삭발이란 투쟁 수단이 구태한 측면이 있다 보니 당 관계자들도 초반엔 의아했지만, 이후 삭발한 황 대표의 각종 합성사진이 누리꾼들 눈길을 잡아 끌면서 다소 긍정적으로 바뀐 듯합니다.

불나방=나경원 원내대표가 삭발에 동참할 가능성은 있나요.

찍고=본인은 물론 당에서도 나 원내대표까지 삭발하는 데는 부정적입니다. 지금 분위기라면 내년 총선을 황 대표와 함께 이끌 가능성이 큰데, ‘민머리 투톱’이 전국을 돌아다닌다? 희화화하기 딱 좋은 소재만 줄 뿐이죠. 가뜩이나 대표 삭발에도 대여관계엔 변화가 없는 데다, 의원들의 릴레이 삭발을 두고 공천용이란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니 삭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명분이 약해요.

정론관 마이크(마이크)=여당에선 야당 의원들의 삭발을 곱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삭발이 전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비꼬는 반응까지 있습니다. 보통 삭발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투쟁의 결기를 보여주고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씁니다. 그런데 발언권이 높은 제1야당 대표와 의원 등 기득권 세력이 삭발을 해 의미가 퇴색됐다는 겁니다. 게다가 대중을 위한 삭발이 아닌, 지도부에 줄 서기 위한 삭발이란 시각도 상당합니다.

불나방=황 대표의 삭발 퍼포먼스 이후 당 지지율이 조금 올랐는데요. 효과가 있었던 건가요. 조국 장관이 사퇴할 때까지 향후 대여투쟁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나요.

찍고=사퇴를 해도, 사퇴를 안 해도 나쁠 게 없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조 장관이 끝내 사퇴를 안 하고 버틴다면 내년 총선까지 ‘반조국’ 프레임을 계속 끌고 가며 원내외에서 공세를 이어갈 거예요. 임명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가진 국민이 더 많다는 게 수치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부ㆍ여당의 ‘아픈 곳’을 계속 겨냥하겠다는 거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단순히 상처를 내는 데 그치는 모양샙니다. 여당에 등돌린 민심을 표로 끌어올 수 있느냐, 그게 한국당에는 진짜 싸움이 될 거예요.

토마토=삭발 이후 전국 대학교수들의 시국 선언이 이어지는 등 조국 장관 이슈의 ‘화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효과를 거뒀죠. 다음 주부터는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이 재개되는 만큼 원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 소속 교수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 소속 교수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불나방=여당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갑자기 공천물갈이론이 돌출했지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해찬 대표에게 불출마 의사를 전달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배경이 뭔가요.

여의도 달팽이(달팽이)=일단 두 장관만 놓고 보면 당사자들의 반응은 다소 애매합니다. ‘출마 의지는 여전하나, 당청이 달리 결정한다면 그에 따르겠다’는 내심의 기색이 안팎에서 두루 전해집니다. 아무래도 청와대와 당에서는, 조국 장관 인사청문 과정에서 내상을 입은 현 상태에서 또다시 장관 청문회를 치르기 어려워진 데다, 두 장관의 후임자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는 배경이 한몫 하고 있죠.

마이크=두 장관 모두 총선 출마 의지가 확고하다고 해요. 연말에는 지역구로 돌아가 본격적인 총선 준비를 할 생각이라는 거죠. 하지만 갑작스런 이들의 불출마 해프닝은 ‘조국 사태 후폭풍’이란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여당에선 ‘총선 전에는 청문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은혜·김현미 총리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불출마설이 불거졌던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2019 정책페스티벌 정책경연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유 부총리 오른쪽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불출마설이 불거졌던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2019 정책페스티벌 정책경연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유 부총리 오른쪽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불나방=‘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정치인도 물갈이돼야 한다는 담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달팽이=친문 핵심을 비롯해 누구든 공천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표출된 만큼, 당내 주류를 이루는 ‘86그룹’ 의원들도 예외가 될 순 없는 상황입니다. 중진 용퇴론, 험지 출마론 등이 거론될 때마다 86그룹 중 3선 이상의 의원들은 마냥 남 이야기로 여길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죠. 86그룹 중 선수가 낮은 의원들 사이에선 “제발 물갈이 대상을 가를 때 ‘다선 86그룹’이라 표현해 달라”는 항변이 나오는 등 웃지 못할 풍경도 연출됩니다. 다만 ‘상대 후보 대비 경쟁력’이 궁극적 기준이 되는 공천의 셈법을 감안하면, 여당 주류를 점하는 이들 의원이 대거 일시에 물갈이 될 수 있겠냐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여권 내 세대교체 기운은 진작부터 컸습니다. 일찍부터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해찬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고 나선 만큼 ‘저승사자’ 역할을 할 게 분명하단 거였죠. 개각 때마다 중진 의원의 이름이 대거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도 물갈이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입니다. 이 대표가 86세대를 예외로 두진 않을 겁니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세대교체를 통해 민주당정부 집권의 바닥을 다졌습니다. 86운동권 인사의 대거 영입을 통해서죠. 따져보면 여권의 세대교체가 있은 지 20년이 되는 기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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