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11일째 본사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250여명이 이날 현장을 찾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 일행과 함께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천=연합뉴스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으로 2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늘 자랑스러웠어요. 땀 흘려 일해 번 돈으로 가정을 꾸려왔으니까요. 그런데 해고된 동료 수납원의 농성에 ‘요금소를 모두 무인화 해야 정신차린다’ 등의 비난이 쏟아지는 걸 보면 자존감도 낮아지고, 출근길이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함께 울고 웃던 동료들이 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응원합니다.”

20일 18년차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인 이모(59)씨는 최근의 복잡한 심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씨는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7월1일 요금수납 업무를 전담시키기 위해 만든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소속이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에 나선 해고 수납원들과는 과거 동료였지만, 이씨는 현재 자회사라는 ‘다른 길’을 선택해 걷고 있다.

이씨가 동료들과 갈라선 사연은 복잡하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2013년 도로공사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용역업체 소속이어서 1,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등 고용이 불안했는데, 도로공사(원청)가 수납업무를 관리 감독하고 있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던 중 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되자 도로공사는 지난 7월1일 요금수납원을 모두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이에 응하지 않는 수납원은 해고됐다. 이씨는 “자회사를 선택할지, 법원 판결을 기다릴지 막판까지 고민을 한 수납원들이 많았다”며 "회사에선 자회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10년 넘게 해온 요금수납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했고, 얼마 안 남은 정년이라도 보장받고 싶은데 자칫 해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회사를 선택한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기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6,500여명 중 5,000명이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됐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해고된 수납원들과 사측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자회사로 넘어간 수납원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19년차 요금수납원 김모(59)씨는 “대법원이 요금수납원 직접고용을 판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며,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의 강경한 투쟁에 불만이 있는 직원도 있어 같은 영업소에서 일하는 직원끼리도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관련 기사마다 ‘정규직은 아무나 하느냐’는 댓글이 달리고 수납원 전체에 비난이 쏟아져 심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농성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자회사 소속 직원들은 인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출범하면서 해고된 1,500명 대신 부족인원을 기간제 고용자로 채용하고 있지만, 각 영업소마다 근무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회사 노조인 김종명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새노조 사무국장은 “고용을 주장하는 요금수납원들이 임금 인상 등 처우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고용 형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도로공사가 공기업으로서 모범 사용자의 모습을 보여 하루 빨리 해결책을 찾고, 자회사 내부 인력난 문제도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 대상이 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499명 중 50명이 지난 19일 자회사로의 이동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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