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ㆍ한미회담 위해 뉴욕으로… 북미의 새 방법론, 트럼프와 교감할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및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22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출국길에 오르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등에게 “한일관계 때문에 한미관계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임박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역할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감대를 찾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출발하면서 “최근의 한일관계 어려움이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고, 해리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환송 참석자들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전(현지시간 23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방미에 앞서 지난주 열린 브리핑에서 최종건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은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을 협의한다”며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역내 현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6일까지 3박5일로 계획된 방미 기간 중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빈곤퇴치ㆍ양질의 교육ㆍ기후행동ㆍ포용성을 위한 다자주의 노력’을 주제로 한 일반토의에 12번째로 기조연설을 한다.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성과를 설명하고 한국 정부의 노력을 재차 밝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취임 후 3년 연속 참석으로,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폴란드ㆍ덴마크ㆍ호주 총리와 잇달아 회담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 방미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 개최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9번째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동맹이 단단할수록 남북관계가 활성화되고 북미 대화 또한 진전을 이뤘다는 분석에 따라 선순환 구조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불거진 한미 동맹 간 균열 조짐을 봉합하면서 동맹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미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대한 한미 정상이 뜻을 같이할지 주목된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노딜’ 후 줄곧 미측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해온 북한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새로운 방법’을 거론하며 화답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북미 대화 촉진을 위해 한국 정부의 구체적 역할도 달라질 수 있어 두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해야 ‘선순환 구조’도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 조야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요구한 ‘단계적 접근법’을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지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최종 단계를 포함한 비핵화의 정의와 로드맵에 포괄적으로 합의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조업 및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구체적 논의가 오갈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선 핵폐기 후 보상 개념의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던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경질되긴 했지만, 미국이 북한에게 곧바로 체제 보장과 제재 해제를 약속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섣부르게 제재 해제를 들고 나설 경우 미국 내 매파가 반발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직후 3ㆍ1절 기념사를 통해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발표하며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큰 틀에서 남북 간 경제 협력 및 인도적 지원, 민간 교류 등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할 수 있다. 당장 제재 해제는 안 하더라도 한국 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해 남북 관계가 잘 굴러간다면 북미 대화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하노이 노딜 이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합의 이전이라도 일부 제재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약간의 여지를 두고 싶다”며 비자 문제를 예로 들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비핵화 대화를 시작한 이후 줄곧 내주기만 했지, 자기들은 빈손이라는 게 북한의 불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긍정적 메시지를 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남북협력 분야에서는 포괄적 유예나 면제가 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나 주한 미군기지 반환과 관련한 논의도 오갈 것으로 보지만, 정상회담 의제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유력하다.
뉴욕=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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