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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개인의 선택’ 잘못된 사회적 인식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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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개인의 선택’ 잘못된 사회적 인식 강해져

입력
2019.09.22 16:16
수정
2019.09.24 15:3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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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상황 벗어나는 해결 방법” 5년전 실태조사보다 늘어나

주요 이유로 경제적 문제 최다… 전문가 “복지 확대가 예방책”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강해졌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빈곤에 내몰려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송파 세 모녀) 사회로부터 고립돼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탈북 모자) 등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살예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자살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용인하는 풍조가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생활고 △신체질환 △정신질환 등의 고통을 온전히 개인책임으로 돌릴 수밖에 없도록 하는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자살률 2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강준구 기자
그래픽= 강준구 기자

보건복지부는 22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18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국민들의 자살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이 조사는 향후 자살예방정책 수립의 토대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조사는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국 150개 지역에서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자살을 생각해본 대상자는 5년 사이에 감소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18%는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었고, 그 시기가 최근 1년 이내인 경우는 3%였다. 지난 조사에선 22%가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응답한데 비해 소폭 줄어든 것이다. 최근 1년 이내 자살을 시도 한 사람 또한 2013년 9.0%에서 이번에 3.8%로 크게 줄었다.

자살자는 어떤 식으로든 위기신호를 보내며 이때 주위 사람, 행정기관 등이 도우면 상당수의 자살 시도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지난 5년간 알려지면서 거둔 성과로 보인다.

그러나 ‘자살을 고통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선택’으로 인식하는지 여부를 5점 만점으로 점수화해 설문한 결과, 이러한 개념을 수용하는 태도의 점수는 2.96점에서 3.02점으로 올랐고, 아예 ‘합리적 선택’이라고 인정하는 점수는 2.43점에서 2.61점으로 뛰었다. 반면 이에 대한 거부적 태도의 평균 점수는 3.94점에서 3.84점으로 떨어졌다. 거부적 태도가 약해졌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실태조사보고서는 “사회적 분위기가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자살 또한 권리일 수도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겠다”라면서 “자살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겠다는 태도가 상승한 까닭에는 지난해 2월 시행된 존엄사법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식을 보이는 집단에 대해 선택적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망 전 자살사망자가 보인 경고신호 세부 내용(중복 답변). 2016~2018년 자살사망자 가운데 유가족이 심리적 부검 응한 270명 분석 결과 자료: 보건복지부
사망 전 자살사망자가 보인 경고신호 세부 내용(중복 답변). 2016~2018년 자살사망자 가운데 유가족이 심리적 부검 응한 270명 분석 결과 자료: 보건복지부

한편 이번 조사에서 자살을 생각한 주요 이유는 경제적 문제가 가장 많았다.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 가운데 경제적 문제가 자살을 생각한 이유라고 대답한 비율은 34.9%로 2013년의 28.5%에 비해 6.4%포인트나 증가했다. 이어 가정생활 문제(26.5%), 성적ㆍ시험ㆍ진로 문제(11.2%) 순이었다.

자살자 유가족을 면담해 실태조사와 함께 발표된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84.5%는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이 있었다. 직업관련 스트레스를 겪은 경우가 68%, 경제적 문제와 가족관련 문제를 겪은 경우가 54.4%(복수 응답)였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심리부검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들은 1인당 평균 3.9개의 중대한 스트레스를 유발한 사건을 경험했다”면서 “실직이나 배우자 사별, 정신질환 위기 등을 여러 차례 겪다가 절망상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센터장은 이어 “이런 상황마다 복지체계가 작동해서 적절한 서비스로 연결해준다면 개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고 자살을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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