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고령시대, 적합한 고용시스템의 모색’ 세미나
고령화 시대의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에 앞서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 개편부터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이달 18일 정년 연장을 유도하는 ‘계속고용제도’ 논의 필요성을 언급한 후 처음으로 마련된 국책연구기관 주최 토론회 자리에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개원 31주년 기념세미나-고령시대, 적합한 고용시스템의 모색’에서 박우성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계속고용방안 등은 임금체계의 강한 연공성을 해소하지 않으면 기업과 사회, 취업자 모두에게 또 다른 어려움을 가중 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연공성은 능력이나 성과가 아닌 근속 기간이 임금 상승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2017년 우리나라 30년 이상 근속자 임금은 1년 미만 근속자 임금의 3.11배로 일본(2.37배)보다도 격차가 크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정 정년(60세)보다 일찍 퇴직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정년 연장은 만능처방이 될 수 없다”며 “중고령자의 계속 고용을 막는 경직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올해 5월 기준 주된 일자리 퇴직자 가운데 정년 퇴직자 비중은 7.1%로 2005년(9.2%)보다 줄어든 반면 조기 퇴직자는 같은 기간 9.5%에서 12.2%로 늘었다.
‘고령시대 지속가능한 임금시스템’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박우성 교수는 “근본적인 혁신으로는 직무급ㆍ역할급 임금체계, 병존형 기본급체계(기본급 책정에 근속기간과 직무 요소를 모두 반영), 이중임금제(새 입사자만 일 중심 임금체계 도입) 등을 들 수 있다”며 “이런 혁신이 당장 어렵다면 점진적 개선이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직무) 중심 임금체계가 확산되면 비정규직 임금수준도 공정하게 평가되기 쉬워진다”며 “노동시장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등의 임금차별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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