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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최고경영자에게 겨울이 올 때

입력
2019.10.02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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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공유사무실 업체 위워크의 창업자 아담 뉴만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일이었습니다. 차등의결권 제도로 인해 회사 장악력이 높아서 절대 밀려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사회와 주주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사진은 3월 미국 뉴욕의 위워크. 연합뉴스
무엇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공유사무실 업체 위워크의 창업자 아담 뉴만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일이었습니다. 차등의결권 제도로 인해 회사 장악력이 높아서 절대 밀려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사회와 주주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사진은 3월 미국 뉴욕의 위워크. 연합뉴스

최고경영자들이 쉽게 바뀌고 있습니다. 경영컨설팅회사인 PwC는 20여년째 전 세계 2,500여개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 교체를 추적하고 있는데, 작년의 경우 전체 최고경영자의 17.5%가 교체돼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변함이 없습니다. 미국의 한 유명 헤드헌팅 업체는 올 8월까지의 CEO 교체 규모도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아직 통계가 잡히지 않은 9월도 대단했습니다.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의 데빈 위니그와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기린아로 떠올랐던 쥴 랩의 케빈 번즈가 전격 해고됐고, 닛산의 히로토 사이카와도 물러났습니다. 무엇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공유사무실 업체 위워크의 창업자 아담 뉴만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일이었습니다. 차등의결권 제도로 인해 회사 장악력이 높아서 절대 밀려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사회와 주주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최고경영자 교체 흐름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전후와 비슷하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왜 요즘 최고경영자를 바꾸고 있는 것일까요? 기업들은 경영자 교체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지만, 최근의 교체는 실적 부진이 핵심 근거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호황이 다가오면서 최고경영자들은 기업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비전을 제시해 왔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한 자본시장은 그 비전을 믿고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크게 키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호황기가 곧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다가오면서 주주와 이사회는 최고경영자에게 실적이 왜 나지 않는지 냉정하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위워크의 최고경영자 교체는 이런 과정을 잘 보여 줍니다. 언제나 자신만만한 태도로 부동산시장의 혁명을 설파하던 아담 뉴만은 투자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습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거액 투자가 불과 두어 시간의 면담 이후 실사도 없이 바로 이뤄졌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올해, 주주와 이사회는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본 다음, 아담 뉴만의 퇴출을 전격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위워크의 사업모델은 수익성 중심으로 크게 재편되겠지요. 향후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멋진 미래 그림으로 투자자들을 모았던 주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 교체는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들로 최고경영자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혁신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술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최고경영자로 선택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제 인공지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도태될 것이라는 예측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최고경영자 교체는 다른 그 어떤 주요 국가에서보다 더 자주 일어납니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는 매년 20~25% 이상 바뀝니다. 특히 창업자나 “총수”가 이사회와 주주의 압력으로 물러나는 일이 좀처럼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경영인인 최고경영자들의 교체율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최고경영자의 교체는 실적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최고경영자들은 다른 나라들의 최고경영자에 비해 기업 실적에 대해 더 큰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선망 받는 자리임에는 틀림없으나, 쉽게 밤잠 들지 못하는 자리인 것도 분명합니다. 경제성장이 점점 느려지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하면 이들에게는 더 모진 겨울이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크고 작은 기업의 모든 최고경영자들에게 행운을.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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