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난타전에 늘어나는 스트레스 호소
한쪽만 옳다며 한쪽 편 들라는 사회
사지선다도 이젠 설 자리가 없어지는가
지난달 28일 오후 '검찰개혁-조국수호' 구호와 함께 진행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촛불 집회(왼쪽). 오른쪽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전날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조국 파면 촉구 집회를 찾아 구호를 외치는 모습. 뉴스1ㆍ연합뉴스

언젠가부터 페이스북은 짬짬이 ‘눈팅’ 정도만 하고 있는데, 요즘 지인들의 담벼락이 난도질당하는 것을 종종 본다. ‘조국 대전‘에 대한 사견을 꼬투리 잡아 거칠게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고, 페친(페북 친구)들 간에 상호 비방전이 펼쳐진다. 한 지인은 페북 활동을 잠시 접는다고 했다. “검찰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왜 꼭 조국이어야만 하느냐“는 취지의 글에 부박한 악성 댓글이 뒤덮이면서 염증이 몰려오더라고 했다.

주변에는, 특히 연배가 좀 있는 지인들 중에는 ‘단톡방(단체 카카오톡방)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다짜고짜 보수 유튜버의 ‘가짜뉴스’ 영상을 올려서 시청을 강요하기도 하고,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전하며 단톡방을 도배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반론이라도 제기되면 수도 없이 ‘까톡 까톡’ 거리며 난타전이 벌어진단다. 얼마 전 은퇴를 한 60대 초반의 지인은 단톡방을 빠져나오고 싶어도 학연 등으로 얽힌 공간이어서 쉬운 결정이 아니라고 했다.

뉴스 공간은 더하다. 전체 맥락은 제쳐두고 눈곱만큼이라도 자기 진영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쓴 기자는 무조건 ‘기레기’로 몰아간다. 그러니 하나의 기사를 놓고도 양쪽 진영 모두 공세를 퍼붓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건, 조국과 윤석열 두 사람의 문제점을 그들은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애써 눈을 감는 것인지다. 두 달 가까운 시간에 두 사람이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먼저 윤석열. 이번 수사는 누가 봐도 이례적이고 비상식적 내용투성이다. 공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앞서 검찰이 먼저 나선 것 자체가 처음이고 그것도 개혁의 타깃인 특수부를 총동원했다. 딸과 아들이 실제 다닌 학교, 증명서를 받은 학교는 물론 지원했던 학교까지 모조리 압수수색을 했다. 본격 수사도 전에 일단 부인인 정경심씨를 졸속 기소부터 한 것도 좀체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여기에 야당 의원들을 통한 피의사실 흘리기, 그리고 아들 연세대 입학 비리 수사를 비롯한 숱한 별건 수사까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검찰 권력의 실체를 윤석열 스스로 낱낱이 까발렸다. 검찰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든 다른 의도든 검찰 권력을 마음껏 사유화했다는 건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조국. 법적 혐의를 제쳐두더라도, ‘위선’ 이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그는 용서받기 어렵다. 한 장관 후보자의 딸이 ‘가계 곤란 장학금’을 받은 것을 맹렬히 비난했는데 그의 딸은 ‘성적부진 장학금’을 받았다. 폴리페서를 사회악으로 규정해놓고 그는 서울대 복직 1개월여 만에 다시 휴직계를 냈다. “다른 계층끼리 섞여야 한다“며 특목고 규제를 외쳤지만 그의 딸은 외국어고를 다녔다. 하나 더. ‘1. 절대 안 했다고 잡아뗀다. 2. 증거가 나오면 별거 아니라 한다. 3. 별거 같으면, ‘너도 비슷하게 안 했냐‘고 물고 늘어진다. 4. 그것도 안 되면, 꼬리 자르기 한다’라는 6년 전 그의 페북 비아냥 글을 지금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서초동 촛불집회가 국면 전환의 분수령이 된 것은 맞지만 2016년 촛불시위와 동일선상에 놓으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조국 수호‘라는 구호를 걷어내지 않는 한 지금 집회는 그저 진영 시위일 뿐이다. 백번 양보해 지금 와서 사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한다 해도, 조국이 개혁을 위한 투사도 아니고 국민들이 수호해야 할 정의는 아니지 않은가.

3일 광화문, 그리고 5일 서초동의 광장은 ‘자체 추산’이 난무하는 세 대결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부추기고 있으니 당연지사다. 그 광장에선 ‘다른 의견’은 조금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2019년, 우리는 주관식은 물론 사지선다조차도 용납하지 않고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하는 양극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양쪽에서 밑도 끝도 없는 문자가 날아온다. ‘이번 집회 꼭 참석하셔야 됩니다!‘

이영태 디지털콘텐츠국장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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