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민원 해결해줄 듯 신뢰 형성
과시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수사상황 브리핑을 위해 본관 5층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화성사건 외 5건의 다른 범행과 성범죄 30건에 대해 자백하면서 그가 심경 변화를 일으킨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춘재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 자백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프로파일러의 인지면담 중 가장 간단한 방법이 (용의자에게) 필요할 만한 것을 만들고, 이를 줄 것처럼 갈증을 끌어내는 것”이라며 “(이춘재의 경우) 사람이 만나고 싶게끔 독방에 두고 고립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춘재와 같은 사이코패스들은 떠벌리기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데, 누구에게도 말을 못하게 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진다”며 “이 때 프로파일러들이 ‘너의 구원자는 나밖에 없다’는 식으로 필요한 것을 던져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위압적인 방법보다는 이춘재와 꾸준히 접촉하며 라포(rapportㆍ신뢰관계)를 형성한 것이 자백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사이코패스들은 위압적인 면담 태도에는 저항적으로 입을 열지 않는다”며 “(프로파일러들이) 민원을 해결해줄 듯이 하면서 신뢰 관계가 형성되도록 상당한 기간 정성을 들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사람의 본능상 무거운 비밀을 털어놓고 싶다는 욕망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프로파일러들이 그런 부분을 공략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춘재가 캐묻지 않아도 범행을 설명하는 등 주도적으로 자백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시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배 교수는 “프로파일러들은 (용의자가) 범행을 털어놓도록 만든 다음 과장되게 놀라는 식으로 연기를 많이 한다”며 “과시욕을 자극해 이춘재가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백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이 오래 전 기억에 의존하는 만큼 신빙성 확보를 위해 당시 사건 자료 등을 바탕으로 진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이춘재가 거짓 자백을 하는 등의 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아마 경찰이 이춘재가 털어놓은 사건들을 정리해 확증적인 수사보고서를 쓰는 것으로 종결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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