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사망ㆍ4명 실종… 소형 태풍이지만 내륙 통과해 피해 커져 
 울진 500㎜ 폭우, 부산 산사태, 경포호 범람… 강원 등 5일까지 비 
119 구조대원들이 3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공세항길 주택에서 매몰된 부부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부부는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올들어 7번째 한반도를 스쳐간 태풍 18호 ‘미탁’으로 전국에서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으며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명피해로는 2007년 16명의 사망ㆍ실종자가 발생한 태풍 ‘나리’ 이후 최대 규모다. 미탁은 중형급인 17호 ‘타파’보다 약했지만 태풍의 중심이 내륙을 통과하면서 동해안과 남부지역 곳곳에 인명 및 재산피해가 속출해 올해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되고 있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에 의한 사망자는 부산 2명, 경북 울진 2명, 포항 2명, 영덕 1명, 성주 1명, 강원 삼척 1명, 강릉 1명 등 10명으로 동해안과 남부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울진군 울진읍 한 주택에서는 60대 부부가 매몰돼 숨졌다. 포항에서는 북구 기북면 대곡리 주택에서 잠자던 노부부가 매몰돼 할아버지(72)가 숨졌고, 흥해읍 칠포리에서 배수작업을 하던 할머니(72)도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에서는 산사태로 매몰된 4명 중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주택이 붕괴돼 50대 여성 1명이 숨진 영덕은 지난해 10월에도 태풍 ‘콩레이’의 직격탄을 맞은 터라 상처가 깊었다. 이날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 인근에 사는 이임출(80)씨는 밤사이 집안까지 밀려 들어온 흙탕물로 망가진 수납장을 가리키며 “몇 달 전에 아들이 사준 거고 장판도 얼마 전에 도배한 건데 너무 속 상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새벽 3시36분쯤에는 봉화군 봉성면 외삼리에서 산사태로 인근을 지나던 해랑열차 4206호 객차 3량이 탈선했다. 이 열차에는 승객 19명과 승무원 5명 등 24명이 타고 있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결과 시간당 100㎜의 장대비가 쏟아진 영동지역에서도 이날 오전 1시 1분쯤 토사가 삼척시 오분동 김모(77)씨 집을 덮쳐 김씨가 숨졌고, 낮 12시12분쯤에는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 송어양식장 인근 하천에서 중국동포 최모(4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또 강릉에서는 경포호가 범람하면서 오전 한때 일대 상가가 침수되고, 시내 도로 대부분이 침수돼 시내버스 108개 노선 운행이 중단되는 등 도시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광주와 전남에서도 83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농경지 914㏊에 침수 피해를 입혀 추수를 앞둔 ‘농심’을 멍들였다. 또 강진 병영성 성곽 일부가 붕괴되기도 했다. 이밖에 농경지 침수 및 벼 도복, 양식장 피해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저수지에서는 승용차 운전자가 계곡물에 휩쓸려갔고, 울진군 매화면에서는 80대 노인이 태풍 후 연락이 끊겨 소방당국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전국에서 175세대 31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4만8,00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태풍 미탁은 이날 낮 12시쯤 경북 울릉도 북북서쪽 약 60㎞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됐다. 그러나 여전히 중심 부근에서는 시속 50㎞(초속 14m) 이상의 강풍이 불고 있고, 동해상에서도 최대 6m 내외의 높은 물결이 일고 있다. 기상청은 온대저기압이 동쪽으로 물러나고 그 후면으로 유입되는 북동풍이 약화하는 6일까지 동해상에 시속 35~60km(초속 10~16m)의 매우 강한 바람과 3~6m의 높은 물결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5일까지 강원 영동에는 10~40㎜, 경기동부와 강원영서, 경북 북부에는 5~20㎜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태풍 영향을 받은 1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북 울진 555.6㎜, 울릉 425.5㎜, 영덕 382.5㎜ 등 동해안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울진에는 시간당 104.5㎜의 비가 내려 1971년 1월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원도에도 삼척 409.5㎜, 동해 311.5㎜ 등에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탁은 소형 태풍으로 타파보다 세력이 비슷하거나 약했지만, 상륙하지 않고 남해상으로 지나간 타파와 달리 중심이 내륙을 통과해 그 영향은 더 넓고 강했다”며 “지형적 영향으로 좁고 긴 강한 비구름대가 생긴 것도 강한 강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영덕=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강원=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태풍 '미탁'이 몰고 온 폭우로 3일 오전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김건국(51)씨의 집 담이 무너졌고, 아래 세워 둔 김씨의 오토바이도 담에 깔려 파손됐다. 영덕=김정혜기자 kjh@hankookibo.com
태풍 '미탁'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3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과 영해면 사이 송천에 놓인 송천교 중간 상판이 내려앉았다. 왼쪽 옛 송천교는 중간 부분이 떠내려갔다. 영덕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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