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흉관서 발견된 17세 女… 복대동 가정주부 피살 미제사건
모방범 결론난 화성 8차 이어 ‘증거 없는 자백’ 신빙성 확보 난관
[저작권 한국일보]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화성 그놈’ 이춘재(56)가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범행에 이어 청주에서 발생한 2건의 살인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8차 범행에 대한 증거물이 하나도 없는 경찰이 이씨 자백의 신빙성을 얼마나 확보할지 의문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주 사건도 이씨의 범행임을 증명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4∼27일 부산교도소에서 이뤄진 경찰의 4∼7차 대면(접견)조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10건과 다른 4건 등 14건 살인의 범인은 자신이라고 자백했다. 경찰도 알지 못했던 30여 건의 강간 및 강간 미수까지 실토했다.

이씨는 당시 범인까지 검거돼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화성 8차 범행은 물론 화성 사건과 연장선에 있는 충북 청주 미제 2건도 자신이 했다고 자백한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화성 연쇄살인사건 전모

◇청주 미제 사건은 어떤 것

이춘재가 충북 청주에 머문 시기는 굴삭기 기사로 일하던 1991년이 이후다. 이때 청주의 모 건설업체에서 일하면서 한 여성과 결혼했다. 이후 화성과 청주를 오가다 1993년 청주로 이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청주에서 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화성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1991년 1월 27일 오전 10시50분쯤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공사 현장 콘크리트 흉관에서 공단 근로자 박모(당시 17세)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피해자 본인의 속옷으로 입이 틀어 막히고 양손이 뒤로 묶여 있었다. 경찰은 당시 10대 절도범을 검거해 자백까지 받았으나 재판 과정에서 무죄가 선고돼 미제로 남았다.

이듬해인 1992년 6월 24일 청주시 복대동에서 가정주부 이모(28)씨가 자택에서 피살된 채 발견됐다. 당시 이씨는 하의가 벗겨진 채였으며 목에는 전화기 줄이 묶여 있었다. 당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사건 현장에서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었으나 범인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관계자는 “대상자(이춘재)가 오래된 머릿속 기억을 토대로 한 진술이어서 사실 확인 중”이라며 “대상자가 군 제대 후 처제 살인사건 직후 수감되기 직전까지 발생한 모든 사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2건의 수원화성 사건은 1988년 1월 4일과 1989년 7월 3일 각각 여고생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첫 번째는 6~7차 범행 사이에 발생한데다 속옷으로 재갈을 물리고 손이 결박됐고, 두 번째 사건은 범행 시기와 장소가 유사하다는 점이 꼽혔다.

[화성이춘재03] 이춘재 조사/ 중부매일 /2019-09-20(한국일보)

◇화성 8차 사건 신빙성 확보는 미지수

다만 이춘재는 경찰이 이미 모방범죄로 결론 낸 8차 사건(1988년 9월 박모(14)양 살인 사건)마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의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 결과 윤모(당시 22세)씨의 체모와 일치한다는 과학적 증거를 확보했다. 법원도 방사성 감정 결과를 처음으로 증거로 채택했고, 대법원도 유죄를 판결했다.

이춘재가 화성 사건 8차의 범행을 본인이 저질렀다고 자백, 경찰이 신빙성 확인에 나섰지만 증거물이 없어 진위 여부 파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본보가 입수한 경기남부경찰청 자료에 '8차 사건은 범인 검거로 증거물 없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오지혜 기자

윤씨는 경찰의 현장 검증 과정에서부터 줄곧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부인한데다 2003년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범인이 아니다”고 주장했었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복역 중 감형돼 10년 전쯤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이춘재가 8차 사건 역시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후 억울함을 풀겠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도 경찰은 이춘재를 불러 조사했지만 혈액형(당시 용의자 B형)이 O형이라 달랐고, 족적 크기도 달라 수사선상에서 배제했다. 범행 수법도 야외가 아닌 집 안인데다 피해자의 옷가지 등으로 결박했던 다른 사건과 달랐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씨의 자백 한마디로 ‘8차=모방범죄’ 공식이 깨지면서 경찰의 고민은 깊어졌다. 이씨의 자백이 맞는다면 경찰은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았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거짓이라면 그의 자백 자체가 의심돼 지금까지 모든 자백이 신빙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춘재가 면담 과정 중에 여러 가지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과신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에 대한 신빙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앞. 임명수 기자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역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