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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조국 논란 정치권 부끄럽다” 총선 불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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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조국 논란 정치권 부끄럽다” 총선 불출마 선언

입력
2019.10.15 10:28
수정
2019.10.16 00:4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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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조국 사퇴 관련 자성의 글… 여의도 “양질의 정치인이… 안타깝다” 반응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습니다.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지요.”

여당 내 대표적 전략통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밝힌 총선 불출마 입장에는 ‘부끄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임 하루 만인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고 밝혔다. ‘조국 사태’를 만든 것이 결국 ‘정치의 문제’였다고 힘줘 말한 것이다. 여권에서 조국 사태를 두고 자기 책임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의원은 입장문에서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며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치권 전체의 책임으로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며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조국 사태를 두고 “특정 인사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고 인격 모독을 넘어 인격 살인까지, 그야말로 죽고 죽이는 무한 정쟁의 소재가 된 지 오래”라며 “우리도 야당 때 그랬으니, 이 또한 지금 야당만 탓할 일은 아니다”라고 되짚었다. 이어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국의 칼자루를 검찰에 쥐어준 것은 정치권이란 지적도 이어 갔다. 이 의원은 “정치가 해답(solution)을 주기는커녕 문제(problem)가 돼 버렸다”며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이라며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 놓을 자신이 없다”고 적었다.

이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가 싫고 그런 정치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며 “그렇다면 정치를 바꿔야 하는데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 구조의 문제라고 판단했고, 의원이 아니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불출마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 장관에 대해선 “조국 전 장관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며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한 고통스러운 인내였다고 믿는다”고 응원했다.

1994년 국회 비서관으로 여의도에 첫 발을 뗀 이 의원은 김대중 정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노무현 대선후보 캠프의 미디어선거특별본부 간사, 국회 정책연구위원, 정치평론가 등을 거친 ‘정치 베테랑’이다. 여의도에선 이날 “정작 양질의 정치인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풍경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이하 입장문 전문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습니다. 그 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습니다.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지요.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허나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입니다.

​ 특정 인사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고 인격모독을 넘어 인격살인까지, 그야말로 죽고 죽이는 무한정쟁의 소재가 된지 오래입니다. 이 또한 지금의 야당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도 야당 때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피장파장이라고 해서 잘못이 바름이 되고, 그대로 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뿐입니다.

​ 민주주의는 상호존중과 제도적 자제로 지탱되어왔다는 지적, 다른 무엇보다 민주주의자로 기억되고픈 제게는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상호존중은 정치적 상대방을 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경쟁자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제도적 자제는 제도적 권한을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상호부정, 검찰의 제도적 방종으로 망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가 해답(solution)을 주기는커녕 문제(problem)가 돼버렸습니다.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습니다. 검찰은 가진 칼을 천지사방 마음껏 휘두릅니다.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고 다른 이의 티끌엔 저승사자처럼 달려듭니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 저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습니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습니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됐습니다.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합니다.

​ 사족 하나. 조국 전 장관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에게 주어졌던 기대와 더불어 불만도 저는 수긍합니다. 그가 성찰할 몫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 욕심 때문에 그 숱한 모욕과 저주를 받으면서 버텨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 자리가 그렇게 대단할까요.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한 고통스런 인내였다고 믿습니다. 검찰개혁은 꼭 성공해야 합니다. 아직 임기가 제법 남았습니다. 잘 마무리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년 10월 15일, 국회의원 이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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