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방일, 돌파구로” 분위기… 아베ㆍ李총리 함께 술잔 기울인 인연 
 아사히 “정권 간부가 수출규제 강행, 싸움은 첫 한 방이 중요하다 주장” 
지난해 9월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 당시 한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에서는 오는 22일 이낙연 총리의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의식 참석을 계기로 꽉 막혀 있는 양국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7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시행과 8월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전후로 강경파의 목소리가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최근 대화를 촉구하는 온건파의 목소리가 부각되면서다. 다만 최대쟁점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간 입장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일관계의 전망에 대해 “(한국과의) 대화는 항상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이며 북한 문제를 비롯해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한국에 관계 악화의 책임을 돌렸으나 근래 한국에 대한 가장 유화적인 발언이었다.

이를 두고 이 총리와의 개별 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 의례적인 발언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24일 예정된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1년 이상 단절된 양국 최고위급 대화를 복원하는 의미가 있다. 지일파(知日派) 정치인인 이 총리와 아베 총리는 2006년 두 사람 모두 의원 시절 서울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던 인연도 있다. 15분 정도의 짧은 회담이지만 자연스럽게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도 양국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들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자민당의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지난달 TV에서 “한국도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 일본이 손을 내밀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관방장관도 12일 아사히(朝日)신문에 “일한ㆍ한일의원연맹 총회가 11월 예정돼 있다”며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 23일 전에 양국 정상회담이 가능할지 솔직한 논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치권에선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제외 조치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동시에 철회하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이 3개월째 급감하면서 민간 교류가 삐걱대고 있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재개로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다.

다만 온건파의 주장이 한국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도해 온 총리관저의 입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이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는 등 대화의 진전이 없는 이상 화이트리스트와 지소미아를 맞바꾸는 정치권의 제안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편, 아사히(朝日) 신문은 18일 강제동원 배상판결의 대항조치인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와 관련해 “올 1월 자민당 회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안이 제기된 이후 경제산업성에선 신중론이 많았다”라며 “그러나 이를 강행한 것은 정권 간부”라고 전했다. 이들은 “그런 것을 해도 한국이 아파하거나 가려워하지 않는다”며 “싸움은 첫 한방을 어떻게 때리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총리관저도 한국에 강경 대응을 하는 것이 정권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란 계산을 했다고 소개했다. 양국에선 이 같은 총리관저 주변의 강경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경우, 일왕 즉위의식을 계기로 한일 간 고위급 대화가 복원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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