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연기 요청 서한에는 서명하지 않고
자필 서명 별도 서한엔 “연기는 실수다”
19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올리버 레트윈(무소속ㆍ왼쪽 세 번째) 하원의원이 브렉시트 이행 법률이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상정, 토론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합의했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안이 다시 위기를 맞았다. 영국 하원은 19일(현지시간) 관련 이행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초 이날 가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투표는 실시되지 못했다.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시한 연장 서한을 보냈지만 본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뒤끝을 남겼다.

영국 하원은 1982년 4월 3일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 포클랜드 전쟁 이후 37년 만에 ‘토요일 하원’을 열어 브렉시트안에 대한 토의를 열었다. 존슨 총리는 자신이 EU와 도출한 합의안을 지지해 달라고 하원 의원들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오전 9시30분 하원 개회 후 존슨 총리는 하원을 상대로 “이제 이 일을 끝낼 때”라며 31일로 예정된 탈퇴일을 미루는 것은 “(영국을) 좀먹는다”고 말했지만 이는 통하지 않았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역시 존슨 총리의 제안에 동의한다고 밝혔지만 합의안을 가결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신 하원은 집권 보수당을 탈당해 무소속인 올리버 레트윈 하원의원의 수정안을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가결했다. 레트윈 의원의 수정안은 브렉시트 이행법률이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와의 아무런 합의 없는 브렉시트, 즉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방지하는 것이 실질적 목적이다. 자동적으로 존슨 총리와 EU 사이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은 미뤄졌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의 결정에도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존슨 총리는 하원에서 “하원의 결정에 위축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며 “브렉시트가 더 연기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해가 될 것이며 EU와 민주주의에도 해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리스 존슨(왼쪽 세 번쨰) 영국 총리가 19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회의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하원 표결 후 존슨 총리는 이날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과 함께 브렉시트 연기는 실수라고 주장하는 별도 서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할 수밖에 없게 만든 ‘EU 탈퇴법(벤 액트)’ 복사본 등을 발송했다. 투스크 의장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영국의 브렉시트) 연장 요청이 막 도착했다”며 “나는 EU 지도자들과 어떻게 대응할지 상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하원의 브렉시트 표결 승인 보류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영국 언론들은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에는 서명하지 않았고, 브렉시트 연기는 실수라고 믿는다는 서한에만 자필로 서명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서명된 서한에는 EU가 브렉시트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팀 배로 EU주재 영국 대사도 브렉시트 연기 서한은 단순히 법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투스크 의장이 EU 27개국 정상과 통화할 것이라며 “이 과정은 며칠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U 27개국 중 한 국가라도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국은 이달 31일 EU에서 탈퇴해야 한다. 채 2주일도 남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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