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최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들을 상대로 입시제도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하면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특목고 등 명문고를 우대하는 ‘고교등급제’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는 학종 지원자의 학생부 등 최근 4년치 평가자료 일체를 확인해 고교등급제 실시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명확한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것”이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0년 간 학종 확대를 사실상 장려해 온 교육부가 이제와 여론을 의식해 ‘먼지털이식 조사’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20일 교육부와 여영국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13개 대학들로부터 대입전형시행계획(2016~2019학년도) 및 모집요강을 포함한 입시 관련 자료(19개 영역 32개 항목)를 제출 받았다. 제출서류 목록에는 ‘고등학교 프로파일’, ‘전형 단계별 평가계획’, ‘대입전형관리위원회 회의록’ 등도 포함됐다. 특히 고교 프로파일의 경우 각 교육과정 특징을 비롯해 교과별 수업ㆍ평가 방법, 교내 시상 현황 등 각 고교의 기본정보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에 ‘고교 프로파일 활용 지침’도 제출할 것을 요구했는데 대학이 고교등급제의 근거로 이를 활용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특정 소재 지역이나 고교 유형별로 등급을 매겨 학생을 평가하는 고교등급제는 본고사, 기여입학제와 함께 ‘3불(不)정책’으로 1999년부터 금지돼 왔다. 하지만 자사고나 특목고 출신 선발 비율이 높은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반영한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올해 서울대와 고려대 신입생의 각각 41.3%, 34.7%가 자사고ㆍ특목고 출신이다.

특목고 자사고 학생 비율. 신동준 기자

하지만 실제로 고교등급제가 반영됐는지 밝혀내고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내신성적과 더불어 비교과 활동 반영 비율이 높은 학종 전형의 특성상 다양한 평가지표가 존재하고 합격이 곧 고교등급제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으로 일했던 입시업체 관계자는 “정성평가인 학종의 전형단계를 일일이 확인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례도 있다. 고려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자체 개발한 내신성적 계산 방식이 고교등급제인지를 놓고 탈락생들과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법원은 “고교등급제로 볼 수 없다”며 고려대의 손을 들어줬다.

특목고 출신 입학생이 많다는 것만으로 학종 합격을 문제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입시분석가인 유성룡 커넥츠 스카이에듀 진학연구소장은 “과거 자사고, 외고를 확대하고 대학 손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쥐어주며 학종을 확대시킨 건 다름아닌 정부(이명박 정부)였다”며 “이제 와서 특목고 합격자가 많으니 문제라고 하는 건 교육제도 이해의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한 뒤 오는 11월 발표 예정인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토대로 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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