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이하 청소년 105명 체포돼
복면금지법 이후 다시 격화 양상
홍콩 시위대가 20일 침사추이 일대를 행진하던 도중 경찰이 최루탄을 발포해 취재진이 몰려든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최루탄을 다시 경찰을 향해 내던지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1주일 만에 입장을 바꿔 민주화 시위를 다시 금지하면서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충돌을 불사하고 있다. 15세 이하 청소년이 100명 넘게 체포된 가운데, 쇠망치에 이어 흉기 테러까지 발생하며 홍콩 시위대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시위대는 20일 침사추이(尖沙嘴) 솔즈베리가든에 모여 웨스트카오룽(西九龍) 고속철도역까지 가두행진에 나섰다. 수만 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복면금지법’ 철회를 촉구하며 경찰의 강경진압을 규탄했다. 일부 시위대가 거리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쇠기둥을 전기톱으로 자르자 시민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길을 막아선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지하철역 설치물과 중국 관련 상점을 공격해 파손하는 장면이 또다시 연출됐다.

당초 경찰은 5일부터 복면금지법을 시행하면서 14일 열린 차터가든 집회를 이례적으로 허용했다.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이던 ‘홍콩 인권민주주의법’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였다. 경찰은 법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해서는 안 된다며 경고했고, 상당수 시민들은 얼굴을 드러낸 채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 집회를 마쳤다. 19일에도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국제 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기원하는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경찰은 20일 집회는 다시 불허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며 폭력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경찰은 법 집행을 할 때 적절하게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시위대에 맞서 공권력에 힘을 실었다.

이에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진선은 경찰의 금지에도 아랑곳없이 20일 집회를 강행했다. 19일 시민들이 반정부 메시지를 적어 붙여 놓은 ‘레넌 벽’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 주던 19세 남성이 20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으면서 시위대의 불만을 부추기는 격이 됐다. 지미 샴(岑子杰) 민진 대표가 지난 16일 길거리에서 4, 5명의 괴한에게 쇠망치로 얻어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진 데 이어 ‘백색 테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홍콩 경찰은 시위 참가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잡아들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6월 9일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15세 이하 청소년의 숫자가 105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지난 6일에는 12세 학생 두 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20주째로 접어든 홍콩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최연소 참가자다.

한편,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을 추진하는 빌미가 돼 시민들의 반대 시위를 촉발했던 살인 용의자 찬퉁카이(陳同佳ㆍ20)가 람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대만으로 가서 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홍콩 정부가 19일 공개했다. 홍콩인인 그는 지난해 2월 여자친구와 대만으로 여행 갔다가 현지에서 살해한 뒤 혼자 돌아왔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택해 그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었고, 홍콩에서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혐의로만 2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아 23일 형기 만료로 석방될 예정이다. 그가 수감된 사이 홍콩 정부는 대만 등과의 범죄인 인도 필요성을 강변하며 송환법을 강행했지만, 홍콩인이 중국으로 끌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위가 시작돼 전면적 민주화 요구로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 상황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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