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개발자와 분석가만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를 판단하는 사람,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법률가, 그리고 인공지능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자와 같은 이들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 유명 그룹의 고위 임원 회의에 동석했습니다.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고,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도 엄청난 기업들인데도 임원들은 인재를 구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들 이야기입니다. (두 분야를 인공지능 분야라고 합쳐 부르겠습니다.) 한 임원이 국내 주요 대학과의 협력으로 인재를 확보하자는 의견을 내자, 다른 임원이 그 학생들은 구글 같은 해외기업들이 입도선매하는 분위기라 어렵더라는 경험을 전했습니다. 탄식이 퍼졌습니다. 이 그룹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공지능 시대라는 구호가 지겹도록 들려오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 분야 인재를 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분석에 따라 좀 다릅니다만, 우리나라의 기업들에 필요한 인공지능 분야 인력의 규모는 대체로 수만 명 정도라고 어림됩니다. 반면 현재 전문가 규모는 너그럽게 잡아도 수천 명을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불균형은 더 심화될 것 같습니다.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최근 이른바 AI 전문대학원 지원 대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들 대학원의 정원은 겨우 수십 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대학원 기반의 인력양성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수학과 통계학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 수준에서 튼튼한 기초교육이 이루어져야 훌륭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의 총 정원과 학과별 정원 조정은 여전히 교육부의 강력한 통제 속에 묶여 있습니다. 물론 교육부의 통제와 싸우다 지쳐, 이제 패배감과 무력감에 익숙해진 대학의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습니다. 기업들은 그래서 대학교육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스스로 인력을 양성하는 고육지책을 궁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개발자와 분석가만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를 판단하는 사람,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법률가, 그리고 인공지능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자와 같은 이들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인재들을 길러내는 일을 하고 있는 국내 기관을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반면, 최근 미국 대학들의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이런 분야의 교수진을 엄청난 속도로 채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만 해도,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학, 정책학, 법학, 윤리학, 그리고 언론정보학 분야의 교원을 뽑는 공고가 오십여 개나 됩니다. 미국 대학들이 어떤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 급진적이고, 많이 부러운 나라는 핀란드입니다. 핀란드는 전국민 1% 이상이 인공지능에 대해 깊이 이해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아주 쉬운 인공지능 입문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벌써 수강생이 20만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 교육의 목표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켜 다양한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고, 나아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민주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야무진 준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걱정의 마음으로 교육부에서 도착한 공문들을 살펴봅니다. ‘중요’ ‘긴급’ 표시를 단 문서들은 장관님 참석 행사에 적극 참여하라거나 시설물 관리를 잘하라는 엄중한 지시입니다. 머리 맞대고 미래 교육을 고민하자는 내용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니 학생부를 꼼꼼히 살펴 잠재력을 평가하라던 정부 입장도 최근 객관식 수능을 잘 보는 학생들이면 우리 미래가 밝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공연한 걱정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교육은 오늘도 평화롭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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