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아베 면담 때 친서 전달키로… 日관계 개선 의지 등 담긴 듯 
 日,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냉담… 이낙연ㆍ아베 회담에 회의적 전망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 있는 고(故) 이수현 의인 추모비 앞에서 헌화 및 묵념을 마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수현 의인은 2001년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숨졌다. 도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전달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을 가능성이 크다. 22일 즉위식을 거행한 나루히토(徳仁) 일왕에게도 문 대통령은 친서를 보냈다. 역사ㆍ경제ㆍ안보 등에서 갈등을 거듭해온 양국이 ‘친서 외교’로 돌파구를 찾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총리는 일본 출국에 앞서 ‘촉진자’ 역할을 다짐했다.

총리실은 이 총리의 2박 3일 일본 방문 일정이 시작된 이날, “이 총리가 24일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요청했다’는 취지의 이 총리 발언이 18일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총리실은 이와 관련한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었다. 아베 총리와 이 총리의 면담 시간은 ‘10분+α’로 예정돼있다.

친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한일 갈등을 촉발한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서 양국의 입장 차가 여전한 만큼, 한일 정상회담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전망이다.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도 ‘이 총리 방일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 부분까진 아직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와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친서에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도 출국 전 서울공항으로 환송을 나온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에게 “이번 한번의 방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한일관계를 일거에 푸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그래도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도 드러냈다. 페이스북엔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정치, 경제 지도자들과 만나 한일 간 대화를 촉진하도록 말씀 나누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 일본에선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 성과와 관련해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뒤집히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 총리도 알고 있을 것”이란 각료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일본 정부 내 냉담한 분위기를 전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둘러싼 입장도 일본은 두 조치가 별개라고 보지만, 한국은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원상 복구할 경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2일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떨어지는 등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또 다음달 23일 지소미아 종료일을 앞두고 자민당에선 “더 이상 진흙탕 싸움은 피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자민당 지한파(知韓派)와 공명당에선 이 총리의 방문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 왕궁으로 입장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외교부를 통해 나루히토 일왕에게도 친서를 보냈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일본 외무성을 거쳐 궁내청으로 전달되는 구조다. 이 총리는 이날 저녁 나루히토 일왕이 주재한 궁정 연회에서 “문 대통령이 축하 친서를 보내셨다”고 소개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레이와(令和)의 새로운 시대에 일본 국민이 더욱 행복해지길 기원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총리는 오후 1시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한 뒤, 오후 3시쯤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 마련된 고(故) 이수현 의인의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다. 이수현씨는 2001년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숨졌다. 이 총리는 헌화 뒤 기자들과 만나 “한일 두 나라는 길게 보면 1500년의 역사가 있다.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되지 않는다”며 “한일 간 50년이 되지 않은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걸친 우호ㆍ협력의 역사를 훼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식민 역사가 양국 교류의 역사 전체를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총리는 이어 한국식 음식점, 주점, 의류 판매점 등이 밀집해있는 신오쿠보 한인상가도 방문했다. 이 총리는 한일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동포들을 격려했다. 이 총리는 일본 언론 기자들에게 “일본의 전통 문화와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고 일본어로 말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8시 15분쯤 대통령전용기인 공군1호기 편으로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 당시 비가 내리고 있던 관계로 이 총리는 우산을 펼치며 비행기에서 내렸지만, 강풍으로 우산이 완전히 망가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도쿄=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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