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시정연설서 “보수ㆍ진보 실용적 조화 이뤄야 새 시대” 국민통합ㆍ협치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자유한국당 의원석으로 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며 ‘공정’과 ‘개혁’을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화두로 제시했다. 조국 정국을 거치며 분출된 국민정 열망을 공정과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20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공정’이라는 단어를 27번 언급했다. ‘경제’(29번)와 비슷한 비중으로, 남은 임기 동안 ‘공정’을 국정 운영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조국 사태가 그 실상을 드러낸 구조적 불공정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겠다는 뜻도 담겼다. 문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의 요구가 훨씬 높았다”며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 사정기관이 함께하는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자유한국당 의원석 사이 통로로 걸어나오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통합’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검찰개혁과 같이 국민들의 공감을 모으고 있던 사안들도 정치적인 공방으로 이어져 국민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전날 7대 종단지도자 오찬간담회 발언보다 확연히 누그러진 어조였다.

야당과의 대화 의지 또한 거듭 드러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재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의 회동도 활성화해 “협치를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국민통합과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야당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또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도 했다.

특히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어떤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때에 맞는 판단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의 노력을 보장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관용과 다양함 속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귀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여당, 야당, 정부가 마주 앉아 함께 논의하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국회의 입법 없이는 민생 정책들이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밀려 있는 민생 현안을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내년 근로시간 단축 확대 시행에 따른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 데이터 3법, 소재ㆍ부품ㆍ장비 특별법, 벤처투자촉진법, 농업소득보전법, 소상공인기본법, 유치원 3법, 청년기본법, 가정폭력처벌법 등의 국회 통과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에서도 입시제도, 공공기관 채용ㆍ승진, 낙하산 인사, 노조의 고용세습, 병역ㆍ납세제도 개혁, 대ㆍ중소기업 공정거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동산 문제 해결 등 공정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를 제시했다”며 협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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