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일왕 즉위 선언하며 “세계평화 기원”… 아베는 만세삼창으로 축하

알림

일왕 즉위 선언하며 “세계평화 기원”… 아베는 만세삼창으로 축하

입력
2019.10.22 18:20
수정
2019.10.22 21:23
2면
0 0

아베 “日 빛나는 미래 완성 노력”… 184개국 인사 등 2000여명 참석

1990년에 비해 차분한 진행… 저녁엔 피로연 ‘교엔노기’ 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오후 도쿄 왕궁의 마쓰노마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의식에서 즉위를 축하하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오후 도쿄 왕궁의 마쓰노마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의식에서 즉위를 축하하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고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 및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즉위 선언과 함께 밝힌 오코토바(おことばㆍ말씀)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도쿄(東京) 고쿄(皇居) 내 접견실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即位禮正殿の儀)로 불리는 즉위의식에서 “헌법과 왕실전범특례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왕위를 계승했다. 즉위를 내외에 선명(宣命ㆍ선언해 밝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5월 왕위를 계승했지만, 일본 왕실은 8세기 헤이안(平安) 시대부터 즉위를 대외에 선언하는 별도의 의식을 진행해 왔다.

그는 “상왕이 30년 이상 재위 기간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고 어떤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그런 마음을 스스로의 모습으로 나타내 온 것을 재차 깊이 생각한다”며 “국민의 예지와 부단한 노력으로 우리 나라가 한층 더 발전하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에 “새로운 마음으로 평화롭고 희망이 넘치며 긍지가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는 가운데 문화가 생기고 자라는 시대를 완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왕 즉위를 축하하면서 만세 삼창을 했고 참석자들도 함께 만세를 외쳤다.

상징 천황의 역할을 강조하며 세계 평화를 기원한 것은 29년 전 아키히토(明仁) 일왕(현 상왕) 즉위의식 때와 일맥상통한다. 다만 나루히토 일왕은 상징 천황 역할을 다짐하며 “헌법에 따라”라는 표현을 사용한 반면, 아키히토 일왕은 ‘헌법을 준수하면서”라고 했다. 1990년에 비해 세계 평화를 한 차례 더 언급했고 “국민에 다가서면서”라는 언급을 추가했다.

이날 의식은 오후 1시 12분쯤 고쿄 내 징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는 전통복장 차림으로 각각 마쓰노마에 설치된 ‘다카미쿠라’(高御座)와 ‘미초다이’(御帳台)라는 단상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30분간 진행된 의식은 일왕의 즉위 선언과 오코토바, 총리의 만세 삼창에 이어 자위대 의장대의 예포 21발로 종료했다. 왕실에선 후미히토(文仁) 왕세제 내외 등 성인 왕족 11명이 참석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를 포함한 184개국의 해외 사절 400여명과 일본 정부와 각계 인사 1,600명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오후 7시 20분부터 나루히토 일왕이 각국의 축하사절을 맞이한 축하 피로연 교엔노기(饗宴の儀)가 열렸다.

이번 즉위의식은 1947년 시행된 신헌법 체제에서 처음 열렸던 1990년 의식의 관행을 대부분 따랐다. 그러나 일각에선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와 국민주권 원칙에 어긋난다는 ‘위헌’ 지적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다카미쿠라에는 일본 왕실에 내려오는 보물인 삼종신기(三種神器) 청동검과 굽은 구슬이 들어있는 상자와 일왕이 공무에 사용하는 옥새를 함께 두었다. 왕실의 천손강림(天孫降臨) 신화를 상징하는 삼종신기의 종교적 요소를 희석하기 위해서다. 총리의 만세 삼창에 앞서 “즉위를 축하하며”라고 밝혀 의미를 한정한 것은 태평양전쟁 당시 군국주의를 상기시킨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총리가 1.3m 높이의 단상에 있는 일왕을 올려보며 만세를 외치는 것도 국민주권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이날 의식은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의식 당시에 비해 차분하게 진행됐다. 태풍 19호 ‘하기비스’ 피해로 일왕 내외의 도심 카퍼레이드가 다음달 10일로 연기됐고, 이날 오전 왕실 조상에게 즉위의식 거행을 보고하는 의식도 폭우 속에 진행됐다. 1990년처럼 도심 테러 등 천황제 반대파들의 과격한 움직임도 눈에 띄지 않았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