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와 가사도우미를 성추행ㆍ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서로 이송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비서와 가사도우미를 성추행ㆍ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하고도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머물러 온 김준기(75)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이 23일 귀국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2017년 7월 출국한 지 2년 3개월여 만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자진 귀국 형식으로 귀국한 김 전 회장을 체포해 경찰서로 이송했다. 경찰은 이날 김 전 회장의 강간ㆍ강제추행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다.

오전 3시 47분쯤 수갑을 찬 손목을 천으로 가리고 경찰관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공항 입국장에 나타난 김 전 회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왜 이제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았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인정하지 않는다”며 “조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오전 4시 41분쯤 수서경찰서에 도착한 김 전 회장은 ‘혐의를 부인한다고 했는데 그럼 합의된 관계라는 말인가’ 등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이동했다. 김 전 회장 변호인은 “혐의를 아예 부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유치장에 머무른 뒤 오전 10시쯤부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A씨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회장실 비서로 일했던 30대 여성 B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여권이 무효화돼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됐던 김 전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이민변호사를 고용해 체류자격 연장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6개월마다 체류기간을 연장해왔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을 국내로 소환하기 위해 2017년 11월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고 올해 법무부에 범죄인인도 청구를 요청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인지 여부를 이날 조사가 끝난 뒤 검토할 예정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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