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연례행사’ 자리잡은 가을 미세먼지
대기오염물질 섞인 가을 미세먼지, 유해성분 많아
옷장 속 트렌치코트를 다시 꺼내는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그리고 가을과 함께 어김없이 불청객 ‘미세먼지’도 함께 찾아왔죠. 이달 21일 수도권에서는 올해 가을 들어 처음으로 고농도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되기도 했어요. 어느새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는데요, 사흘 정도 추우면 나흘쯤 따뜻해진다는 ‘삼한사온’에 미세먼지를 빗댄 표현입니다. 춥다가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이죠. 날씨가 본격적으로 쌀쌀해지는 가을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 3월에 최고농도를 찍는 미세먼지, 다들 대비는 잘 하고 계신가요?
◇봄 상징이던 미세먼지, 언제부터 가을에도?
대기 오염도가 가장 낮은 계절인 화창한 가을이 미세먼지의 계절로 탈바꿈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계절을 떠나 미세먼지에 대해 경고하거나 걱정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어요. 황사의 경우 삼국사기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됐지만, 미세먼지(PM10)이나 초미세먼지(PM2.5)는 사람들이 공장을 돌리고 자동차를 운행하거나 난방을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하면서 생겼기 때문이죠
가을 미세먼지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시기는 2005년이었어요. 같은 해 10월 중순,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하면서 대기환경 기준치(일평균 150㎍/㎥)를 잇달아 초과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이를 ‘대기이변’ 현상이라면서 긴급 원인 분석에 들어갔어요. 이후로는 모두 알다시피 늦가을이 되면 미세먼지가 전국의 하늘을 뒤덮고 겨울, 봄까지 계속되는 날이 많아졌고, 이젠 연례행사로 자리잡았죠. 그리고 2013년 10월 16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발표하면서 전 세계는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을 미세먼지, 봄보다 무서운 이유는
일반적으로 국내 미세먼지 발생에 중국 등 국외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비율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50~70%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요. 부동의 전 세계 석탄발전 1위 국가이자 우리나라와 이웃한 중국의 공장과 자동차 배출가스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니만큼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는 갈수록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특히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에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편서풍의 횟수가 증가하는 데다가 난방, 화력발전 등으로 유독 많은 오염물질까지 겹쳐 전국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게 됩니다.
봄철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황사는 모래먼지가 대기 중으로 올라갔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이에요. 칼슘, 철분, 마그네슘 등 토양성분을 주로 포함하고 있죠. 반면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이 더 큰 가을 미세먼지는 황산염, 질산염, 유기탄소, 금속화합물 등의 유해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봄보다 초미세먼지의 농도도 더 높습니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겨울철과 봄철 야간에는 대기 순환이 어려워 초미세먼지 주 성분인 질산염이 더 잘 생성된다”고 설명했어요.
봄뿐만 아니라 가을에도 미세먼지 ‘철벽’ 방어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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