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억울한 옥살이 윤씨 재심 맡은 박준영 변호사
‘그림 그렸다’, ‘탁 걸린 느낌’…모두 범인만 아는 내용
[저작권 한국일보]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화성 8차 사건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과 유사하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을 준비중인 박준영 변호사의 말이다.

박 변호사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기록을 보고 자백을 꾸미지만, 꾸민 자백이 엉뚱하게 꾸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은 2000년 8월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사망한 사건이다. 처음에는 남성 청소년 최모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최씨는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해 징역 15년이 선고됐으며 2심에서 범행을 시인해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2003년 6월 진범으로 지목된 인물 김모씨가 붙잡혔다. 김씨의 진술이 최씨의 진술보다 더 범행정황에 가까웠는데도 검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반대했다.

이후 박준영 변호사가 최씨의 재심을 맡아 2016년 11월 17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노경필 부장판사)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이끌어 냈다.

같은 날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진범으로 지목된 김씨를 체포, 구속 기소했다. 2018년 3월 27일 김씨는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화성이춘재03] 이춘재 조사/ 중부매일 /2019-09-20(한국일보)

박 변호사가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윤씨의 재심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약촌오거리 택시피살사건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자백’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범인으로 몰렸던 최씨는 당시 경찰에 자백을 하면서 ‘몇 번을 찔렀고, 가슴과 등, 옆구리 등을 흉기로 찔러 죽였다’고 진술했다”며 “반면 진범 김씨는 ‘몇 차례 찔렀는지 기억나지 않고, 쇄골 밑을 찔렀는데 뭔가 탁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검결과 ‘택시기사의 갈비뼈 2번과 3번이 끊겨 있었다’고 나왔다”며 “부검 이전에 진범인 김씨가 ‘탁 걸렸다’고 한 내용은 진범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최씨가 자백했다고 한 ‘가슴과 등, 옆구리를 찔렀다’는 진술은 정말 기가 막힌 내용”이라며 “당시 응급처치를 위해 병원 응급실에 옆구리를 통해 피를 뽑은 기록이 나오는데 경찰이 강압적으로 자백에 끼워 맞추다 보니 최씨가 찌른 것으로 담겼다”고 설명했다.

응급실 의사가 응급처치를 위해 의사가 낸 옆구리 자상이, 최씨의 자백진술서에 최씨가 찌른 자상으로 둔갑돼 있었다는 것이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재심 포스터. 다음영화 홈페이지 캡처

박 변호사는 “이춘재는 범행현장을 그렸다는 점은 현장을 가봤기 때문이고, 범행 후 재빨리 도주하고, 기민하게 소리·소문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라며 “이춘재의 자백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아니 반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쇄골 밑을 찔렀는데 뭔가 탁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과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는 내용은 범인, 바로 진범만이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하지만 당시 윤씨의 자백 내용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정말 ‘옆구리를 찌르지 않았는데 찔렀다고 돼 있는 것’과 같이 어설프게 조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씨의 자술서 내용은 당시 글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윤씨가 수사관의 의도대로 받아쓰다 보니 부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재심은 언제라고 딱 못 박아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조만간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온 윤모(52) 씨가 지난 26일 자신의 이 사건 재심 청구를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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