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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우충좌돌] 공수처 법안, 검찰개혁과 거리 멀다

입력
2019.11.05 18:00
수정
2019.11.05 18:3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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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국회 통과 서두르는 靑 태도

‘조국 사태’의 고집스런 연장으로 비쳐

기소권까지 부여 등 문제점 해소 우선

송기헌(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성동(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회 소회의실에서 '3+3회동' 검찰개혁 관련 실무의원 회의를 갖기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송기헌(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성동(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회 소회의실에서 '3+3회동' 검찰개혁 관련 실무의원 회의를 갖기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송구하다’는 말의 후유증이 도지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그 말을 맥없이 반복하며 모호한 말 뒤에 숨었다. 자유한국당은 한심하지만, 여당이 그 탓만 한다? 식상하다. 대통령이 먼저 정치적 책임을 져야 멋있는 정치가 시작된다. “이렇게 저렇게 한 건, 내 잘못이었다”라는 사과가 있어야 했다. 그랬으면 아직도 광장에서 서로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랬으면 조국 사태는 수습되었을 것이다.

책임을 회피한 자는 꼭 다른 일을 벌인다. 여당은 무슨 일을 했나? 조국 민정수석 당시 청와대가 제안한 공수처 법안이 마치 검찰개혁의 절대선인 듯,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개혁,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내전으로 전락한 정치에 대한 확실한 사과는 건너뛰고 공수처 법안만 밀어붙이는 태도는 ‘조국 수호’의 연장으로 여겨진다. ‘닥치고 공수처’가 조국 사태를 연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확하게 지적했다. “공수처가 없으면 검찰개혁을 못한다는 무지몽매한 억지 주장을 멈추기 바랍니다. ‘공수처가 없으면 검찰개혁을 못한다’는 주장은 ‘조국이 아니면 검찰개혁을 못한다’는 황당한 주장과 다를 바 없는 궤변에 불과한 것입니다.”

공수처 법안으로 조국을 다시 살리는 고집스러운 프로젝트 역시 청와대가 주도했다. 그가 장관을 사퇴할 때, 대통령은 말했다. “오늘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입니다.” 그런가? 공수처는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했었고, 노무현 정부도 비슷한 기구를 구상했었다. 그리고 청와대는 끝까지 조국의 검찰개혁을 연출했다. 장관 사퇴를 염두에 두고 그가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후에 ‘명예롭게’ 퇴진하는 시나리오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사퇴 후엔 어땠나?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과 분리시켜 통과시키려는 어설픈 작전까지 동원했다.

검찰개혁, 꼭 필요하다. 그러나 청와대가 밀어붙이고 있는 공수처 법안은 바람직한 검찰개혁과 거리가 멀다. 노무현 정부 이후에 그 방안이 최선인 것처럼 많이 이야기되었지만, 실제론 차분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대신,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국민의 넓은 논의를 거쳤던 것은 탈원전 정책뿐이었다. 결국 청와대가 ‘조국 키우기’ 프로젝트를 정파적으로 과도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수처 법안 논의가 붕 떠버렸다.

검찰개혁의 첫째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같은 손에 있을 때, 큰 위험이 생긴다. 그런데 검찰을 개혁한다면서 대통령 직속 사정기관인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한다? 말이 안 된다. 민주당 안에서도 검사 출신인 금태섭, 조응천 의원이 그 법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데도, 무시되고 있다. 검찰개혁의 둘째 핵심은, 검찰을 정권의 개입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데 있다. 검찰의 정치화가 왜 생겼는가? 모든 정권이 검찰을 이용하려고 했다. 현재 법안은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게 되어 있는데, 그 경우 공수처 역시 대통령의 권력에 휘둘릴 위험이 매우 크다. 많이 양보해서, 현 정부는 검찰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러나 정권이 바뀐 후 얼마든지 나쁜 대통령이 공수처를 남용할 위험이 크다. 바른미래당의 수정안은 국회 동의를 받아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것인데, 충분하진 않을 수 있다. 미국처럼 검사장을 직접 선출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교육감도 선출하는데, 왜 못하는가?

더 나아가, 검찰이 권력의 개입으로부터 정말 벗어나려면,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그런데 바로 청와대가 개헌을 무시했다. 작년에 조국 민정수석의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주도한 헌법 개정안은 형편없이 약했다. 제대로 하려면 그때 했어야 했다. 그래놓곤 이제, 이렇게 부족한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완성이다? ‘송구하다’로 덮을 수 없는 무능이 쌓인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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