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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저감대책 낙제점 “정부 환경정책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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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저감대책 낙제점 “정부 환경정책 못 믿겠다”

입력
2019.11.07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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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제2 출발점’에 서다]<4> 흔들리는 정책이 불신 키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라본 하늘이 뿌옇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라본 하늘이 뿌옇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감축’ ‘친환경 에너지 정책’ 등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이 지난 5월 발표한 ‘2018년 국민환경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 전반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2017년 3.22점(5점 만점)에서 크게 떨어진 2.5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기에 제시한 정책 방향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국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미세먼지 문제다. KEI 조사에서도 대기질에 대한 만족도는 1.99점으로 가장 낮았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사실상 낙제점을 준 셈이다. 서울의 연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15년 23㎍/㎥였는데 올해 1~10월 평균치는 25㎍/㎥로 오히려 높아졌다. 특히 올해 3월 초에는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가 6일 연속 매우 나쁨(일 평균 초미세먼지 76㎍/㎥ 이상)을 기록해 ‘역대 최악’이라 할 만큼 대기질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국민적 관심사인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최근 범부처 종합 대책을 발표하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이를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2017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910만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3,600만톤으로 줄이겠다며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무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온실가스도 감축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성희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은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 원인과 그 책임을 이전 정부에 떠넘긴 채, 앞으로 신규 석탄발전소가 추가로 발생할 온실가스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도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전기 수요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전기요금을 인하해 전기 소비를 부추기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심 대기오염물질의 주요 배출원인 수송 부문 정책이 보조금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 점도 한계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경유차 억제 정책이 보조금 지급 중심으로 펼쳐지다 보니 예산 사용에 비해 효과가 덜한 측면이 있다”며 “에너지 세제 개편과 교통량 억제, 자동차 수요 관리 같은 근본적인 대책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는 폐기물 문제에서도 국민들이나 전문가들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수도권폐기물매립지는 예상보다 빨리 차오르고 있지만 대체 매립지 선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올해 안에 다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불법ㆍ방치폐기물은 업체와 장소만 바뀐 채 그대로 쌓여 있다. 지난해 불거졌던 플라스틱ㆍ비닐 폐기물 문제도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4대강 보 처리는 ‘재자연화’ 측면에서 정부의 환경 정책 가운데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보니 정부가 표심을 의식해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폐기물처리시설 등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 갈등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점도 비판 받고 있다.

다행인 것은 환경부가 갈등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갈등조정팀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은 “환경 이슈는 환경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책이 많지 않아 정부가 환경부에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이라며 “환경부와 다른 부처 간의 갈등,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팀이 정부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생겼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 남은 2년 반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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