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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 노동착취?… 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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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 노동착취?… 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성' 논란

입력
2019.11.07 04:40
수정
2019.11.10 12: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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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서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서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타다’가 이용자 편익을 위해 드라이버(프리랜서)의 음주운전 검사를 의무화하거나 복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불친절한 기사의 배차를 제한하면 지휘ㆍ감독에 해당돼 불법이라고 하는데, (이용자 편익을 고려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동수단을 운전하는 법인택시, 대리기사 등의 사전 음주운전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 (박재욱 타다 운영사 VCNC 대표)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 노동자의 출퇴근 관리 등에 대해 철저한 지휘감독을 하면서도,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에 해당된다며 4대 보험, 수당, 퇴직금 등은 지급하지 않는다. 정부가 플랫폼 사업을 혁신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노동법을 안 지키는 기업을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가 운전기사들의 출퇴근, 복장, 차량배치 등을 관리ㆍ감독하는 형태로 운영한 정황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공개되면서 이를 ‘불법파견’으로 봐야할지에 대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타다기사들을 파견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하는 측은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은 기술 발달에 따른 ‘새로운 노동 형태’라고 주장한다. 반면 타다 기사들을 (불법) 파견 근로자라고 보는 노동계는 ‘기술 혁신을 명분으로 한 노동 착취’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VCNC가 운영하는 타다는 모회사인 쏘카에서 공급하는 차량과 인력업체로부터 알선 받은 운전기사를 앱(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타다의 운전기사 9,000명 중 8,400명은 개인사업자로 인력공급업체(용역)와 프리랜서 형태의 계약을 맺고, 근무시간을 선택해 시급제를 적용받는다. 600명은 정식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는 파견 근로자인데, 월급을 받으며 4대보험을 적용 받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타다의 불법 파견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데, 고용부가 타다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면 타다에게 기사들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릴 수 있다. 타다의 불법파견 여부를 가를 쟁점은 두 가지다. 파견법에 따르면 택시(여객자동차운수사업)는 파견 근로자를 쓸 수 없는 업종이다. 타다가 ‘렌터카 사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검찰이 택시사업을 규제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만큼 법원이 타다를 택시로 판단하면 타다의 불법파견이 인정된다. 즉 타다 운전기사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셈이다. 형식적으로 8,400명의 운전기사들은 인력공급업체와 프리랜서계약을 맺고 있고 인력공급업체는 타다와 용역(도급)계약을 맺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력공급업체가 타다에 운전기사들을 근로자로 파견한 것은 아닌지도 판단해야 한다. 이럴 경우 타다는 운전기사들에 대한 노동권 보호 등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파견, 프리랜서 운전기사 모두 출퇴근 시간과 복장, 배차, 휴식시간 등에 대한 타다의 업무지시를 받고 있어 사실상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플랫폼경제 종사자 사회보험 가입 비율. 그래픽=김문중 기자
플랫폼경제 종사자 사회보험 가입 비율. 그래픽=김문중 기자

타다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견법은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 근로관계를 염두에 두고 만든 제도”라며 “새로운 노동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타다의 고용형태를 획일적인 고용관계로 본다면, 노동시장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타다의 운영 방식은 전형적인 불법파견”이라며 “플랫폼 노동의 핵심은 일감을 중개만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하는) 타다를 플랫폼 회사로 보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부는 최근 음식배달 앱 ‘요기요’와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고 배달을 대행한 오토바이배달원 5명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 △근무시간ㆍ장소 등 회사가 지정 △출퇴근 보고 등이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4대보험 가입, 각종 수당,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국내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사례로 타다의 불법파견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타다 운전사와 같은 플랫폼 종사자들의 근로자성 여부와 상관없이, 전문가들은 이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제도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회는 지난 9월 최근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 운전기사와 같은 플랫폼 종사자를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독립계약자(개인사업자)로 만드는 것을 규제하는 AB5법안을 통과시켰고, 이 법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들은 노동조합 결성, 최저임금, 건강보험 가입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권혁 교수는 “우리나라도 플랫폼 종사자 근로형태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사회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고 근로시간을 보호해주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 보호에 대한 많은 이슈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문제가 제기된 특정 직종의 보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소외되는 산업들이 생긴다”며 “전면적인 노동법 체계 정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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