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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손 위로’~”… 지코 “상식을 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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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손 위로’~”… 지코 “상식을 깨고 싶어요”

입력
2019.11.08 08: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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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8년 만에 첫 정규 솔로 앨범 ‘싱킹’ 발매 

 세월호 리본 문신 새긴 래퍼… “주눅 든 나 부풀려” 성찰 담아 

 ‘LP 수집 취미’ 아날로그 소리 가득 

 지난해 방북예술단 참여… “백두산 천지, 그림에 들어간 줄” 

올초 기획사를 꾸린 래퍼 지코는 “재능 있는 여성 음악인을 발굴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KOZ엔터테인먼트 제공
올초 기획사를 꾸린 래퍼 지코는 “재능 있는 여성 음악인을 발굴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KOZ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방북단에서 가장 핫한 사람입니다.” 지난해 9월 북한 평양 옥류아동병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에게 래퍼 지코(본명 우지호ㆍ27)를 이렇게 소개했다. 김 여사가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함께 방북한 예술인을 일일이 소개하는 상황에서다. 김 여사의 표현대로 지코는 지드래곤과 함께 아이돌 래퍼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스타다. 지코는 김 국무위원장이 주최한 만찬에서 노래 ‘아티스트’를 불렀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예술가의 자유를 부르짖는 아이돌 래퍼라니. 도발적 무대에 객석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제 앞에 있는 분들은 (노래하며 ‘손 위로’를 외치니) 머리 위로 손도 올려 주며 호응해 줬어요. 그 모습을 보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느껴 랩을 했죠. 영상으로 보면 참석자들이 무표정해 제가 힘들어하는 것처럼 나오는 데 그건 아니었어요.” 지난 5일 만난 지코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백두산 천지의 유난히 맑았던 물을 잊지 못했다. “아, 진짜 그냥 그림에 들어가 있는 줄 알았어요.”

지코는 8일 앨범 ‘싱킹’ 파트2를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다. 지난 9월 낸 ‘싱킹’ 파트1의 후속이자, ‘싱킹’ 시리즈의 문을 닫는 작품이다. 그는 ‘싱킹’ 파트2에 실린 신곡 ’벌룬’에서 “주눅 든 내 몸을 부풀려”라고 랩을 한다. 인정받고 높이 올라가기 위해 자신을 부풀려 과장했던 ‘아이돌 지코’를 풍선에 빗댔다.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앨범에서 위태롭다. 또 다른 신곡 ‘디스토피아’에서 지코는 “파란 구슬 위에서 곡예를 부리네”라고 읊조린다.

2011년 아이돌그룹 블락비로 데뷔해 8년 동안 무대를 누빈 그는 아이돌이자 평범한 청년 우지호로서의 고민과 혼란을 앨범에 녹였다. 첫 정규 솔로 앨범 주제를 ‘생각 중’이란 뜻의 영문 ‘싱킹’으로 정한 이유다. 수록곡 ‘극’의 뮤직비디오에서 휴대폰을 든 사람들로 사방에 둘러싸여 있는 그의 표정은 어둡다. 2년 전 “난 나이를 먹지 않고 도로 뱉을 건데”(‘아티스트’)라던 호기로운 아이돌은 없다. “1월에 앨범 구상을 할 때 생각의 결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두려움과 동시에 무력감을 느끼면서요.” 그는 힙합신에서 여성에 폭력적인 서사가 유독 심하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잘 알고 있었다. 지코는 “내 가사에도 거친 표현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젠 날 더욱 검열한다”라고 답했다.

생각이 무르익은 만큼 그의 음악도 변했다. 지코는 공격적인 랩과 화려한 비트로 유행을 이끌었지만 신작은 전작과 비교해 차분하면서도 따뜻해졌다. 소리에 로파이(저음질의 거칠고 낡은 느낌을 내는 스타일)의 풍미도 짙다. 지코는 “어택(Attackㆍ공격)감 있는 소리가 제 장점이지만 한계로 여겨져 변화를 줬다”라고 말했다. 소리의 첨단을 좇던 래퍼는 과거로 향했다. 21세기 아이돌은 요즘 미국 솔 음악의 전설인 도니 해서웨이(1945~1979) 음악에 푹 빠져 있다. 그의 취미는 LP 수집이다. ‘절친’인 가수 크러쉬가 그에게 오래된 전축을 선물한 것이 계기였다.

아이돌로 살며 때론 관음증의 대상으로 가볍게 소비되는 현실과 달리 그의 몸엔 묵직한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지코는 왼팔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리본 문신을 새겼다. 신작 ‘싱킹’ 시리즈에 실린 ‘사람’의 뮤직비디오는 4분16초에 끝난다.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에 차디찬 바다로 가라앉았다. 그의 몸엔 세종대왕 문신도 있다. “작사하며 한글의 위대함을 느껴” 새겼다. 지코는 이날 ‘CEO 우지호’란 문구가 적힌 명함을 건넸다. 올해 초 연예기획사를 차리고 홀로 선 그는 “관습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상식을 깨뜨리려고요. 한 가지로 규정되고 싶지 않거든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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