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송이가 10일 경기 천안시 우정힐스CC에서 열린 'ADT캡스 챔피언십 2019' 파이널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 후 이동하며 손 인사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9 시즌 마지막 대회 ADT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열린 10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2ㆍ6,632야드) 14번 홀(파4). 선두를 달리던 안송이(29ㆍKB금융그룹)는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며 흔들렸다. 그 때 옆에서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결과를 생각하지 마. 그냥 치던 대로 쳐.” 같은 후원사 동생 전인지(25)였다.

전인지의 한 마디에 안송이는 힘을 냈다. 그리곤 16번홀에서 약 8m짜리 먼 거리 버디퍼트를 성공하면서 공동선두로 올라섰고, 마지막까지 우승을 지켜냈다. KLPGA 데뷔 10년, 약 237번째 경기를 만에 첫 우승을 확정한 안송이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18번홀 그린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인지가 “언니 정말 고생 많았어”라며 펑펑 우는 안송이를 끌어안았다. 현장에 있던 모든 선수들은 마치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며 안송이를 축하했다.

2008년 10월 18세의 나이로 KLPGA입회한 안송이가 데뷔 10년여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안송이는 이날 ADT캡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기록,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정상에 올라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품었다. 그간 투어 시드를 유지해가면서 준수한 성적을 이어왔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는 20대 마지막 대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ㆍ전 라운드 선두)우승을 차지하며 서른을 맞게 됐다.

이날 1타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안송이는 신인 이가영(20ㆍNH투자증권)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10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기록하며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는 듯했던 이가영은 11번홀(파5)과 12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올라서며 안송이를 위협했다. 설상가상으로 안송이는 14번 홀(파4)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이가영에게 단독 선두 자리까지 내줬다.

하지만 생애 첫 승에 대한 안송이의 집념은 대단했다. 16번홀(파3)에서 먼 거리 버디 퍼트를 넣어 동타를 만든 안송이는 17번홀(파4)에서 이가영이 보기를 한 틈을 타 다시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안송이는 3차례 샷에 이어 2차례 퍼트로 파를 기록하며 홀 아웃 한 뒤, 이가영의 버디 퍼트를 지켜봤다. 이가영이 약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안송이의 우승이 확정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는 ‘방송 울렁증’도 털어냈다. 선두권에만 가면 긴장이 돼 온 몸이 파들파들 떨렸다는 그는 올해 새 캐디를 만난 뒤 두려움을 떨쳐내고 우승까지 따냈다. 안송이는 “아버지가 골프 시작할 때부터 힘이 돼줬다”며 “지금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것 같은데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외치면서 “다가오는 30대엔 후배들에게 ‘30대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 이전에 대상과 다승왕(5승)을 확정한 최혜진(20ㆍ롯데)은 마지막 날 1타를 줄여 합계 3오버파 219타를 기록, 공동 35위에 올라 평균 최저타수상과 상금왕을 추가했다. 최혜진의 독주 저지에 나섰던 장하나(27ㆍBC카드)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4언더파 212타,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대상과 다승왕, 최저타수상과 상금왕까지 4개 타이틀을 독식한 건 재작년 이정은(23ㆍ대방건설) 이후 처음이다. 최혜진은 “가장 받고 싶던 최저타수상을 마지막 경기에서 확정해 기쁘다”며 “내년엔 해외 투어 출전을 늘려 경험을 쌓고, 한 발 더 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천안=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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