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은 나이, 성별, 생활 패턴, 업무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콘텐츠를 구독하면서 자기관리를 하거나, 빨래나 청소 같은 집안일을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쓰는 업무용 프로그램이나 탕비실을 채우기 위한 차와 간식, 심지어는 사무실을 꾸밀 인테리어 소품까지도 구독한다.

가족과 함께 사는 30대 여성 이유진씨와 독신인 40대 여성 이미나씨, 30대 남성 진상희씨의 사례를 통해 구독 서비스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이유진 지그재그 매니저가 12일 서울 강남구 공유오피스인 스파크플러스에서 협업 툴인 슬랙을 이용해 업무를 하고 있다. 이유진 매니저 제공
◇출근길에도 회사에서도… 구매 대신 구독

여성 쇼핑몰을 한데 모은 앱 ‘지그재그’를 만드는 크로키닷컴 이유진 매니저는 하루의 시작을 수면 패턴 측정 앱 ‘슬립 사이클’의 알람 소리와 함께한다. 깊은 잠에 빠졌는지, 자면서 뒤척이지는 않는지를 분석해 사용자가 지정한 알람 시간 전 가장 편안한 시간에 일어날 수 있도록 해줘 매년 3만원씩 나가는 돈이 아깝지 않다.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것은 ‘코끼리’라는 명상 앱이다. 매달 돈을 내는 정기구독을 하면 들을 수 있는 약 10분 길이의 ‘출퇴근 시간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이다. 이 매니저는 “출근할 때나 지쳐 퇴근할 때 명상을 들으면서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되뇌게 된다”고 말했다.

크로키닷컴은 직원 수 100명이 채 안되지만 꾸준히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초기 기업이다. 그만큼 공간이나 물건을 사기보다는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빌려서 쓴다.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부터가 공유오피스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프로그램인 ‘슬랙’ ‘노션’ 등도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일정 용량을 부여받아 사용한다. 크로키닷컴이 입주한 공유오피스 스파크플러스는 탕비실을 채울 다과를 회사 직원이 직접 장을 보는 대신 ‘스낵24’의 정기구독 서비스로 해결한다.

이 매니저가 구독하는 콘텐츠도 다양하다. 유튜브를 광고 없이 보는 ‘유튜브 레드’와 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 책을 무제한 볼 수 있고 오디오북도 들을 수 있는 ‘밀리의서재’와 ‘리디셀렉트’에도 매달 돈을 낸다. 비슷한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은 콘텐츠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 중 이유진씨가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서비스는 베를린필하모닉 영상 서비스다. 매달 10유로 정도만 내면 베를린필하모닉의 모든 영상을 초고화질로 볼 수 있는데, 일을 할 땐 종종 음악만 틀어놓기도 한다. 이 매니저는 “한 달에 1만3,000원 정도만 내고 4K 화질로 80년대 카라얀의 영상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청소에서 드라이클리닝까지… 집 관리도 정기 서비스

개인간(P2P) 금융회사 렌딧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이미나 이사는 새로운 구독 서비스가 나오면 꼭 이용해보고자 하는 ‘얼리 어답터’다.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해 본 그가 특히 만족하는 것은 청소, 빨래, 침구 관리 등 일상생활을 더 쾌적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혼자 살고 있는 터라 매달 돈을 내면 집안일 부담을 덜 수 있는 서비스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집을 방문하는 서비스지만 서비스 담당자와 전혀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청소연구소’는 정기적으로 집을 방문해 청소해주는 서비스다. 청소를 신청하면서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청소를 해야 할지, 주의점은 무엇인지를 메모해두면 담당자(청소 매니저)가 이를 참고해 청소를 해준다. 냉장고 안쪽 청소를 부탁한다고 메모를 남겨 놓으면 그 부분을 더 집중해서 보는 식이다. 청소 매니저가 필요한 청소 도구나 소모품 등을 메모로 남겨 놓으면 이 이사가 다음 청소 전에 채워 넣으면 된다.

세탁 서비스인 ‘런드리고’는 집 문 앞에 설치한 수거함에 빨래를 넣으면 이를 가져가 세탁과 건조를 하고 다음날 다시 문 앞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물세탁이 필요한 빨래는 청소연구소가 해 주지만 드라이클리닝까지 맡기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퇴근 후 늦은 시각에 세탁소에 방문하기도 힘든 이 이사에게 안성맞춤인 서비스다. 이 이사는 “당장 모레 입어야 할 옷을 세탁소에 맡기면 제때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한데,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음날 바로 세탁해서 가져다 준다는 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족하는 것은 침구 관리 서비스인 ‘화이트 위클리’다. 침구를 빨기 힘들어 고민하던 차에 딱 맞는 서비스가 나온 것이다. 서비스 담당자는 2주에 한 번씩 집을 방문해 기존 침구를 세탁을 위해 수거하고 새로운 침구로 바꿔 준다. 담당자가 계절 변화에 맞는 침구를 권하기도 한다. 이 이사는 “주기적으로 침구를 깨끗한 것으로 바꿔 주니 호텔에 온 기분이 들 때도 있다”며 “날씨가 추워졌다며 다음 교체 주기에는 겨울용 침구로 바꿀 것을 권하는 등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런드리고의 무인 빨래 수거함. 런드리고 제공
◇면도날ㆍ쇼핑몰 정기 배송… 구독이 만든 생활 습관

서울 마포구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디자인 편집숍에서 함께 일하는 진상희씨는 ‘와이즐리’에서 2개월마다 한번씩 면도날을 배송 받는다. 요금은 8,900원인데 한 번에 네 개씩 들어 있어 보름마다 면도날을 교체하면 된다. 처음에는 면도날이 시중보다 싸서 배송 서비스를 선택했지만 쓰다 보니 면도날 배송 주기에 맞춰 새로운 날로 바꾸는 생활 습관이 생겼다.

진씨는 ‘쿠팡’의 정기배송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다. 매일 운동한 뒤 먹을 수 있는 단백질 보충제를 쿠팡에서 한 달에 한 번 배송 받는데, 면도날과 마찬가지로 매달 한 달치씩 배송 받으니 매일 챙겨먹게 된다. 온라인 쇼핑몰 회원제 서비스인 ‘스마일클럽’이나 배달 서비스인 ‘요기요 슈퍼클럽’은 작은 오피스텔에 살면서 배달 음식에 의존하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진씨의 생활 습관을 그대로 반영한 구독 서비스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사진ㆍ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만드는 어도비의 구독 서비스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활용해 디자인 작업을 돕는다. 오피스 프로그램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365 서비스를 구독해 이용한다. 진 씨는 “매번 물건을 주문하는 것이 번거로워 구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구독 주기에 맞춰서 생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이유진씨의 구독 리스트
자기관리슬립 사이클(수면패턴 분석, 알람)다노(홈트레이닝)릴랙스 멜로디(백색소음)코끼리(명상)
업무용 프로그램슬랙, 노션, 아사나(회사 내 협업 프로그램)
콘텐츠유튜브 레드(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넷플릭스, 왓챠플레이(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멜론(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리디셀렉트, 밀리의서재(전자책)베를린필하모닉(베를린필하모닉 공연ㆍ영상 서비스)

◆이미나씨의 구독 리스트

집 관리청소연구소(주기적 청소 방문)런드리고(세탁ㆍ드라이클리닝)화이트 위클리(주기적 침구 교체)
업무용 프로그램구글드라이브, 드롭박스(클라우드 서비스)
콘텐츠유튜브 레드(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퍼블리(콘텐츠ㆍ텍스트 큐레이션 서비스)
학습스피킹 매트릭스(챗봇 활용 영어 공부)

◆진상희씨의 구독 리스트

자기관리와이즐리(면도날 정기 배송)쿠팡 셀렉스(단백질 보충제 정기 배송)
업무용 프로그램아이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클라우드 서비스)오피스 365(오피스 프로그램)어도비(디자인 프로그램)
콘텐츠유튜브 레드(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왓챠플레이, 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쇼핑, 음식배달스마일클럽(쇼핑몰 무료배송, 할인)요기요 슈퍼클럽(배달앱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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