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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서민과 가까운 유사 금융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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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서민과 가까운 유사 금융단체

입력
2019.11.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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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서민과 은행

대도시의 경우 요소마다 있는 대건물의 간판에 은행의 두 자를 빼놓응 법이 별로 없고 보면, 그만큼 은행의 위력이 대단했음을 입증하였고 독존적 위치에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 말쑥하고 위압적인 은행 건물이 의미하는 바는 아마 일반 서민과는 그만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말하여 주는 것일 게다. 하기야 각 기업체들이 자기 자금의 불확실 때문에 시설자금은 물론 운영자금에 이르기까지 은행대부에 목을 걸고 있으니, 일반 서민에게 금융적 혜택이 돌아오리라고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도리어 어리석은 일일 수밖에. 나아가서 전체 산업에 차지하는 위치로 보아 지역육성이 강조되고 있는 중소기업마저 금융적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서민에 대하여는 도리어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해도 무리일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자금공급의 절실성이 대단하였고 다른 한편 은행의 수지가 착실했음을 뜻하는 것이며, 일반 서민에 대해서는 오직 예금을 위한 유인(誘引)이 있었을 뿐이다.

물론 근래에 와서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기관 및 서민의 금융기관이 생겼으나 결코 만족점을 해결한 것은 못 된다. 여기에서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유사 금융단체와 공익성

금융기관이라면 그것이 크던 작던 일반에게 직간접으로 영향 받는 비 크기 때문에 유사금융이라는 게 문제점 밖에 놓여 있을 수 없다는 것일 게다. 형식이야 여하하든 실질면으로 보아 서민금융이 있어 온 지 오래고 물의를 일으켜 왔다는 것도 기지(旣知)의 사실이라 하겠지만, 이것이 오늘에 와서 조직화되고 방대해졌으며 다분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 사회 신경이 돌려지는 까닭일 게다. 근래 상업 간판 속에 유사금융의 그것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재무부의 위촉을 받은 한은(韓銀)감독원이 유사서민금융 단체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선 놀람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작년 9월말 현재로 그 수의 면에서 보면 전국에 본사만 하여도 무려 66개사에 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지점망은 전국적으로 416개나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반 은행과 견주어 볼 때 일반은행 및 특수은행 점포 312개에 비하여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사금융 단체는 본ㆍ지점을 합하여 482개인데 이들의 자본금은 총 3억2천7백여만 원에 운영자금은 3억1천1백만 원으로, 그 수와 비교할 때 영세 단체의 분산화를 먼저 발견하게 된다.

다음으로 이들 운영자금 내용을 보면, 최고 억대에서 최하 기십만 원의 천차만별의 계층을 이루고 있다. 억대 이상이 오직 하나이며, 그 이외는 대부분 일백만 원 전후에 불과한 것이다. 즉 백만 원에서 5백만 원 사이가 전체의 37%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것도 대부분이 오직 백만 원대에 불과하며, 심지어는 오십만 원 이하가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고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가 전체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운영자금으로 총계약자 (구)좌수(座數)는 18만9천3백 (구)좌에 달하여 일반 은행 대출 거래선 4만8천 명을 4배 이상 능가하고 있으니, 일반 서민으로는 금융기관 거래자보다도 훨씬 더 많이 이들 단체에 금융적 의존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운영 방법을 보면 (구)좌당 2천5백 원 이하로서 무담보 70일 상환 및 50일 상환으로 연리를 따져 365일 동안 무려 15할의 금융사상 유례없는 고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하(現下) 긴축금융 하에 신규대출이 총정지되다시피 되어 있고, 전술한 바와 같이 서민과는 거리가 먼 금융체제 하의 허점을 디디고 비약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자본 구성이 그 대부분에 있어 주주 출자는 별로 없고 본ㆍ지점 직원 입사조건으로 다액을 보증금으로 받고 있으며, 또한 대부조건을 전제로 한 사전 불입(拂入)을 할 때 크던 적던 또는 그 성격이 여하하던 현재에 엄존하고 있는 금융적 역할의 기관이고 보면, 결코 그저 넘겨버려도 괜찮은 것인지….

이자제한법에 저촉되지 않는 3천 원 미만의 금전거래에 연 2할 이상을 징수할 수 있다는 법망을 뚫고 경향 각지에 성행하고 있음은 사회에 대하여 무해한 것이라고 넘겨버려도 괜찮은 것인지는 검토 음미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특수 서민금융 기관이 이러한 유사금융을 일소할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고 해서 그리고 이것이 필요악이라고 해서 방치할 때, 앞으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많은 피해를 가져오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보장하기 어려운 일인 것만 같다.

더구나 이러한 유사금융 단체 중에는 폐업 또는 소재 불명으로 6개사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하니 일말의 불안을 씻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금융의 공익성에 비추어 또한 이것이 그 범위로 보아 방대하다는 점에 의하여 뭣인가 대책이 있었으면 하는 뜻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할 것이다.[두(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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