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이어 홍콩 민주화 시위 여파 대학가 확산 
12일 오전 11시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 앞에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훼손하려는 중국인 유학생들(왼쪽)을 한국 학생들(오른쪽)이 제지하며 마찰이 생기자 캠퍼스 폴리스가 출동해 양국 학생들을 갈라 놓고 있다. 김영훈 기자

‘홍콩 민주화 시위’가 날로 격해지는 가운데 고려대에 게시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중국인유학생들이 훼손해 한국 학생들과 충돌이 빚어졌다.

12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성북구 안암캠퍼스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부착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위에 중국인 유학생 10여 명이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대자보를 덧붙이려 했다. 이를 발견한 한국 학생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욕설이 오갔고 양국 학생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급기야 캠퍼스 폴리스가 출동해 양측을 뜯어 말렸다.

앞서 전날 오후에도 같은 게시판에 붙은 '홍콩 항쟁에 지지를!'이란 제목의 대자보가 총 세 차례에 걸쳐 의도적으로 훼손됐다.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붙인 고려대 노동자연대 소속 한모씨는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대자보가 계속 훼손됐고, 여기에 다른 대자보를 덧붙이는 걸 채증하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자 중국인 유학생들이 둘러싼 뒤 욕하고 위협했다”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 한 여학생이 도와줘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 여파가 국내 대학가에도 몰아치며 고려대에서는 시위 지지 대자보에 시위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덧붙여 응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고려대 중국 유학생 모임은 이날 ‘민주인가 폭행인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홍콩 시위자의 행위가 불법이다. 자유와 민주를 위한 게 아니라 조국을 분열해 자기의 음험한 욕망을 이루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중국유학생 모임 소속 고모씨는 “우리는 민주화와 자유를 반대하지 않고 폭력 시위를 반대한다”면서 “도움 받을 곳이 없어서 주한 중국대사관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와 훼손 중단을 알리는 중국어 경고문. 김영훈 기자

갈등이 갈수록 거칠어지자 일부 고려대 학생들은 직접 대자보 훼손을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국어교육학과 4학년 연은정씨는 ‘토론과 논쟁이라는 건강하고 민주적 방식이 있는데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며 “대자보를 훼손하는 사람이 있다면 훼손하는 장면을 찍어 아래 번호로 제보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을 써서 게시판에 붙였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대자보 훼손에 엄중히 대응할 방침이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자보 훼손은 총학 일반규칙 위반일 뿐 아니라 고려대 학생사회가 지금까지 지켜온 자유롭고 민주적인 토론 문화에 전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며 “건전한 토론의 장 유지를 위해 자신과 다른 견해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탄압하는 행위는 중단하고 당당하게 글로써 반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로 인한 갈등은 다수의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이 게시한 시위 지지 현수막이 누군가에 의해 무단 철거됐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현수막을 떼어 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서울대에서는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 최근 중앙도서관 벽면에 학생들의 응원 문구를 적을 수 있는 '레넌 벽'을 설치했는데, 홍콩 시위를 비판하는 메모들이 레넌 벽에 나붙어 논란이 됐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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