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10일 앞두고 美 안보ㆍ국방 수뇌부 방한… 또 연장 요구할 듯 
 日 “징용문제 풀려야 수출규제 철회”… 美 중재로 한일 양보가 해법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도쿄 관저에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시한(23일 0시)을 열흘 남기고 있지만 양국이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소미아 연장’이라는 미국의 일관된 요청을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정부가 좀 더 출구 전략 찾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물밑에선 한일관계 악화의 도화선이 됐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창의적 해법을 도출하려는 노력도 감지된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이 차갑다는 게 문제다.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하기 위해 방한하는 미국 안보ㆍ국방 수뇌부의 움직임이 교착 국면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2일 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양국 고위급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행될 수 있는 일본기업의 자산 매각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던 한국 기업이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을 사들인 뒤 다시 일본 기업에 되돌려주는 방안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랐다고 한다. 피해자 배상을 위한 현금화 조치에서 발생하는 일본 기업의 금전적 손실을 막는 동시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한국 기업의 자발적 기금을 통해 이뤄지게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 안은 대법원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와 일본 기업의 피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일본 측 입장이 일정 부분 수용된 안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양측 모두 부담을 느껴 최종 합의까지 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결국 한국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배상하려 했느냐는 국내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입장에서도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이 이뤄지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6월 제안한 ‘1+1’안(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의 자발적 기금 출연) 이후 다양한 형태의 ‘1+1+α’안이 오가고 있다는 건 한국 측도 적극적으로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의 성금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1+1+α’안, 한국 정부가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후 한국과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성금으로 기금을 만드는 ‘α+1+1’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일본 측은 여전히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대한(對韓)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할 움직임도 아직은 없다. 반면 우리 정부도 여론 조사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찬성 의견이 우세하게 나와 종료 결정을 철회하기가 쉽지 않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일본이 한국을 안보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점을 내세워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만큼, 이에 대한 입장 선회가 없다면 우리로서는 미국 중재를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의 중재노력이 실은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는 미국을 상대로 한 명분 쌓기 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외교가에선 미국의 중재를 통해 한일이 조금씩 물러나는 방안이 지소미아 연장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14일 한미 합참의장이 주관하는 군사위원회(MCM), 15일 한미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안보협의회(SCM)가 서울에서 잇따라 열린다는 점이 주목 받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의 요청을 명분 삼아 한일이 서로 양보하는 게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 전까지 한일 양국 장관이 만나 출구전략을 마련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16∼19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를 계기로 회담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이어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마지막 담판을 벌일 기회가 남아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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