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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부터 의사, 예술가까지… 홍콩 시위대 지키는 자원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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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부터 의사, 예술가까지… 홍콩 시위대 지키는 자원봉사자들

입력
2019.11.12 20: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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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홍콩 센트럴 시내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도중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서자 시민들이 얼굴을 가리며 대피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11일 홍콩 센트럴 시내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도중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서자 시민들이 얼굴을 가리며 대피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에서 의류공장에 다니는 패트릭 찬(38)씨는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열리는 날이면 자신의 BMW 세단을 몰고 시내로 나간다. 대중교통이 끊겨 땀에 흠뻑 젖은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시위 참가자들을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서다. 차량 자원봉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젊은이들은 자기 미래를 걸고, 감옥에 갈 위협을 무릅쓰고 틀린 것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고 답했다.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홍콩 반정부시위가 6개월 넘게 굳건히 이어져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각계 각층의 자원봉사자들을 소개했다. 홍콩의 예술가들은 눈길을 사로잡는 시위 홍보 포스터를 만들고, 심리학자들은 무료 상담을 제공하며, 의사들은 비밀 시설에서 다친 시위자들을 치료한다. 빅토리아 후이 미국 노트르담대 정치학부 교수는 “이러한 도움들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과 연대감을 느끼게 한다”며 “봉사자들이 없었다면 시위 열기가 일찍 사그라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홍콩 폴리테크닉대학에서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맞고 쓰러진 한 시위 참가자가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11일 홍콩 폴리테크닉대학에서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맞고 쓰러진 한 시위 참가자가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노란 조끼로 대표되는 봉사단체 ‘아이들을 지켜라(Protect the Children)’는 회원 대부분이 은퇴자들로,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도 많지만 시위 최전선에서 인간 저지선을 자처하고 있다.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시위대를 인도적으로 대해달라”는 요구가 묵살되고 경찰의 곤봉과 최루가스에 시민들이 쓰러지면 봉사자들은 일사불란하게 부상자를 옮긴다. 현장에서 체포된 참가자를 무료 변호사와 연결해주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소속단체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봉사자들은 훨씬 많다. 이들은 해고위협 등 다양한 사정으로 직접 시위에 참가할 형편은 안 되지만,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덜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흔한 유형은 찬씨처럼 차량을 제공하거나, 마스크 등 보호장비와 간식을 나눠주는 봉사자들이다. 경찰이 병원까지 진입해 시위대를 체포해가면서 다쳐도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자 최근에는 의료인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병원 밖 비밀 시설에서 부상당한 시위자들을 만나 간단한 수술과 응급처치를 해주는 식이다.

NYT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이 봉사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갖춘 텔레그램 메신저는 홍콩 시위 초반부터 시위 참가자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다. 차량이나 의료 등 봉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기도 하고, 반대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이 같은 채널이 수십 개에 달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최근 당국이 무력투쟁을 불사하는 용무파(勇武派)와 그 외 시위 참가자들을 갈라놓으려 한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홍콩 시위에 대한 700만 시민들의 지지는 굳건한 모습이다. 홍콩중문대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시민 60%는 시위대의 무력투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과 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맞선 정당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지켜라’를 조직한 찬 호이 목사는 “정부가 시위대를 억압하고 겁줄수록 더 많은 시민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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