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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특별 대우 받으며 대중정당처럼 행세”… ‘친정’에 일침 날린 조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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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특별 대우 받으며 대중정당처럼 행세”… ‘친정’에 일침 날린 조혜경

입력
2019.11.19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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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관련 “관변단체 전락” 비판하며 결별 

 “현재 구성원으론 문제 해결 못해” 혁신 촉구 

 “시민단체 ‘참여연대 쏠림’ 해소해야” 지적 

김경율 전 공동집행위원장과 박정은 사무처장 등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부당 승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경율 전 공동집행위원장과 박정은 사무처장 등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부당 승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른바 ‘조국 사태’ 와중에 시민단체의 권력감시 소홀을 비판하고 참여연대를 떠났던 조혜경 전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 “현재 구성원으로는 참여연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친정에 또다시 일침을 날렸다. 그의 짧은 한 마디에는 ‘관변 시민단체’로 전락했다는 진보진영 시민단체에 대한 여전한 자괴감과 참여연대의 혁신적 변화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혼재해 있었다.

조 전 위원은 최근 한국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 “언제든 조국 사태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참여연대와 이별한 속내를 털어놨다. 진보진영 시민단체의 상징인 참여연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의혹에 대해 입을 다물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이 관련되니까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국 사태 국면에서 김경율 전 공동집행위원장이 권력 감시의 역할을 포기한 참여연대를 공개비판하며 떠나자, 조 전 위원도 “참여연대가 관변 시민단체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자초”했다는 참회록을 쓴 뒤 뒤따라 참여연대와 결별했다.

조국 사태는 공룡화한 참여연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게 조 전 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참여연대가 다루는 의제는 정치, 경제, 노동, 민생, 통일, 복지 등 매우 넓다. 외형은 시민단체이지만 의제를 보면 거의 대중정당처럼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연대가 마치 시민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처럼 매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많은 시민단체들이 각각의 어젠다(의제)를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는데 그런 단체의 활동은 언론의 주목도 거의 받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조 전 위원은 조국 사태와 관련한 참여연대의 내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권력 감시자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기 위한 조언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 “중앙집권적 조직이 아니라 각각의 부서가 높은 칸막이를 치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기에 부서별 노선과 개혁 방향 사이에 일관성이 없다”며 합리적 소통과 토론을 주문했고 “전문성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는 다른 시민단체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연대 쏠림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혜경 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 지난달 30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남긴 입장문.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쳐
조혜경 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 지난달 30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남긴 입장문.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쳐

다음은 조 전 실행위원과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참여연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인가. 

“1991년 한국을 떠나 2007년 말에 귀국을 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 중 참여연대를 거쳐갔던 사람들이 있어 간접적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일을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당시 참여연대 내에 시민경제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었고, 김상조 장하성 같은 분들이 떠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나는 시민경제위원회가 경제금융센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재벌뿐 아니라 금융도 권력화하고 있다. 금융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보자’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이후 경제금융센터 소속으로 저축은행 연쇄 부도사태,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최근엔 삼성 바이오로직스 문제에 활동해왔다.”

 -조국 전 장관 인사검증 과정에서 참여연대의 역할이 어땠는지 평가하면. 

“이 부분은 참여연대 내부의 일이라 말하기가 곤란하다. 다만 참여연대의 공식 해명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점만 말씀 드린다. 안 그랬으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의혹 중 어떤 부분에 대해 입장을 냈어야 했다고 보는가. 

“이미 지나간 일이다. 정경심 교수 공소장을 통해 혐의가 다 공개됐고 조 전 장관 소환을 앞 둔 시점이라 의혹제기가 이뤄지던 시기에 어떻게 했어야 했다는 걸 지금 얘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입장문을 통해 ‘전관예우’를 하는 게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출신의 공직 진출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가. 

“선출직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진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운동 출신 정치인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행정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는 것은 비판적으로 본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유는 무엇인가. 

“참여연대 내부 의사결정 방식과 기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는데 무시됐고 내부에서 공개적인 논의가 전혀 없어 앞으로도 조국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내부자가 참여연대 공식 입장과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발언하거나 공식적으로 비판을 하면 처벌을 받는구나 싶어 실행위원직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 정도로만 밝히겠다.”

 -입장문을 올린 뒤 상황과 지금 심정은. 

“지도부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나도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 특별한 심정은 없다. 박정은 사무처장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게시판에 올라오는 회원 글의 하나일 뿐이고 내부 동요는 없다’라고 얘기했듯이, 내부적으로는 아무 일도 아닐뿐더러 내 문제제기가 부당하고 근거가 없다는 것이 지도부와 사무처의 입장이다. 지도부가 문제제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실망할 것도 없다.”

 -참여연대의 활동 반경이 너무 넓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 앞서 언급한 문제들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가 다루는 어젠다는 정치, 경제, 노동, 민생, 통일, 복지 등이다.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외형은 시민단체이지만 어젠다를 보면 거의 대중정당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중앙집권적 조직이 아니라 각각의 부서가 높은 칸막이를 치고 아무런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부서별 노선과 개혁방향 사이에 일관성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도 참여연대 부서에 따라 입장이 전혀 다른 경우도 있고 다른 부서의 입장에 문제가 있어도 우리 부서가 아니면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참여연대가 마치 시민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처럼 매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많은 시민단체들이 각각의 어젠다를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그런 시민단체의 활동은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한다. 많은 단체들이 참여연대 이름을 빌려서라도 언론의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때문에 시민사회의 입장이 필요하면 무조건 참여연대를 인터뷰하는 관행이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참여연대가 유명세를 얻고 정치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참여연대가 다루는 아젠다가 광범위하고 웬만한 정치적 관심사에 참여연대가 목소리를 내고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여연대 입장만 언론에 보도되고 참여연대의 입장이 마치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것처럼, 진보진영의 단일한 입장인 것처럼 인식돼 다른 시민단체의 다양한 입장이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된다. 나는 이런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쏠림 현상’이 문제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전문성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많은데 그런 단체들도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보도를 해서 ‘참여연대 쏠림 현상’을 해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가 가진 언론과 정치에 대한 영향력 때문에 참여연대를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를 위해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게 대체로 성공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참여연대 임원 출신 고위공직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제기한 문제를 참여연대가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현재의 사람들과 백화점식 조직 구조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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